지난달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출마검토 입장을 밝힌 뒤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6일간의 돌풍’을 일으키고 사라졌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무대에 재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6일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을 당시만 해도 선거에 결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한달만에 지원요청시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달라졌다.
‘본업’(대학 교수직)으로 돌아가겠다던 그는 지난 7일에는 소설과 공지영씨와 영화 ‘도가니’를 관람하고 우리사회의 현실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9일에는 그와 가까운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출판기념 팬사인회 자리에 공개 참여하는 등 자칫 정치행보로 비칠 수 있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또 차기대선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대결구도와 관련,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대권도전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9일에는 “(박 전 대표와의 대결을) 왜 부담스러워 해야 하느냐”라는 입장으로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보였다.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안 원장이 남은 선거기간 동안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이 얻어가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철수 박사가 박 후보를 지원하는 문제는 두 분이 상의해서 박 변호사보고 출마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는게 당연하다”며 “상식적인 얘기고,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지원 움직임을 두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의 지원을 공식 선언한 것과 연관짓는 관측도 제기된다.
역대 보궐선거에서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만큼 저력을 보여온 박 전 대표의 지원 행보가 박 후보에게 위협이 되는만큼 그에게 힘을 실어줬던 안 원장이 어떤형태로든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gil@heraldcorp.com
<달라진 안철수의 ‘말말말’>
“공무원 신분이라 선거에 관여 안한다. 학교로 돌아갈 것”…<9월 6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권도전, 가당치도 않다”…<9월 7일,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한 달만 지나도 (나를) 다 잊어버릴 것”…<9월 14일,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10월 4일,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지원에 대해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10월 6일,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 입학설명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지원에 대해 묻자>
“‘도가니’는 한국사회의 축소판”…<10월 7일, 영화 ‘도가니’ 관람후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요청 땐 선거지원 생각해보겠다”, (박근혜와의 대결구도와 관련) “그런걸 왜 부담스러워 해야 하느냐”…<10월 9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팬사인회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