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갈수록 악화
수입물가 71년 집계이래 최악
2분기 GDI 2년만에 최저치
국민 살림살이 경고등
대내외 불확실성 여전
現환율도 안심할 수준 아냐
한 나라의 교역조건은 실질 국내총소득(GDI)에 영향을 미친다. 교역조건이 좋으면 국민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늘어나지만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실질 소득은 줄어든다.
교역조건이란 수출상품 1단위와 교환으로 얻어지는 수입상품 단위수를 말한다. 때문에 수출물가보다 수입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 교역조건이 악화하면 국민의 살림살이는 그만큼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평균 163.3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물가지수는 평균 110.5로 전년보다 올랐지만, 2009년 110.82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수입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원자재 가격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다. 올해 초ㆍ중반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유가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올라 수입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의 GDI는 2분기 연속 감소했다. GDI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환율이나 수출입 단가가 바뀌면서 생긴 무역손실을 더해 산출한 금액이다.
지난 1분기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던 GDI는 2분기에도 0.1% 줄어들어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분기 이후 수입물가와 교역조건 악화 여부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에 달려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 전망 기관은 세계 경제의 어두운 여건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4.3%로 낮춘 한국은행은 내부적으로 추가 하향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환율이다. 8~9월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던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대신증권 김의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원화 환율은 앞으로 유럽발 위기가 다시 부각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함께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 선 아래로 유지되느냐 여부가 수입물가 압박 수준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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