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박 의장의 3년전 ‘전력’을 언급하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12월 한나라당의 대표를 맡으며 한ㆍ미 FTA 비준안(재협상 전)의 외통위 단독상정을 배후에서 진두지휘한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한 야당의 극렬 반발로 해머(대형망치)가 등장하고 전 상임위장 및 본회의장 점거사태가 발생하는 등 ‘난장판 국회’로 전세계로부터 망신을 당하게 된 기점이 됐다.
박 의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직권상정 여부에 대해 “오늘은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머지않아 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공식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됨에 따라 그의 결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박 의장이 이미 큰 틀에서 마음의 결단은 내려놓지 않았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직권상정 카드는 의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의장으로서 여야 사이에서 중재의 묘(妙)를 살리지 못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싸움터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예방 자리에서 “정말 법대로 야당이 몸싸움을 안하게 하려면 의장께서 절대로 18대 국회 내에 직권상정을 안 한다고 선언만 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은 “(직권상정은) 법에 있는데 그걸 안 하면…”이라며 웃음으로 넘긴 바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나라당에서 비준안 처리의 선봉에 선 홍준표 대표는 2008년 당시 당 원내대표로서 대 야당 협상의 총책임자였다. 3년전엔 18대 국회 개원 첫해에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민주당과의 협상국면에서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는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줬지만, 뒤에서 비준안 처리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직권상정이란, 여야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상임위원회 등 정식 절차를 밟기가 어려운 안건에 대해 국회의장 권한으로 본회의에 곧장 회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법에 명시된 공식용어는 아니다. 이 제도는 국회법 85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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