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경제는 매우 어렵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8일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세계경제가 상당히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유로존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책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깊은 경기침체에 빠지는 등 세계경제에 심각한 불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 의존도가 심한 우리 경제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3.7%, 내년 성장률은 3.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올해는 0.9%포인트, 내년은 0.7%포인트 낮춘 것이다.
OECD 전망치는 최근 국책연구기관과 경제연구소, 해외투자은행(IB), 국내 증권사 등 경제 예측기관이 제시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7%, 내년에도 3.7%다.
OECD는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기존보다 각각 0.4%포인트, 1.2%포인트 하향조정한 3.8%와 3.4%로 제시했다.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6.1% 성장해 세계 평균(5.0%)을 웃돌았다. 전망치대로라면 올해와 내년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OECD는 특히 올해 한국경제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3.5%에서 2.6%로 크게 낮췄다. 내년과 2013년에는 각각 3.2%와 3.8%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 OECD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소비위축이 예상보다 과도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수출이 GDP의 50% 이상을 차지해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거시경제 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OECD는 권고했다.
OECD는 “양호한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은 유지하되, 지출 목표의 구속력을 높여 정부 재정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고 성장률이 불안정할 경우 정책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GDP 대비 1.8%를 기록한 이후 내년 1.3%, 2013년 1.1%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4%로 제시해 기존 4.2%에서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내년에는 3.6%를 기록한 이후 2013년 3.0%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OECD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높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금리 정상화가 올해 6월 2%에서 3.25%로 인상된 이후 경기둔화 우려로 멈춰진 상태이며, 이로 인해 현재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OECD는 한국의 재정과 관련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는 중기 재정계획에 따라 지출 증가율을 제한하고 있다”며 “복지수요 증가 압력, 고령화, 통일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재정 기조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신창훈 기자/chun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