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프로그램 참여 불발
선진국은 ‘구속 원조’ 고수
[부산=홍석희 기자] ‘속빈 강정’,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이하 총회)에 대한 평가다. 돈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는 중국이 원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선진국의 자국 이기주의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30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열린 막바지 회의에서 중국이 원조 프로그램에 불참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회 주최 측은 중국의 불참 내용이 포함된 협상 결과 서한(6차)을 회원국에 발송했다.
중국은 이번 총회의 ‘서면협의’ 과정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때문에 주최 측은 금융위기로 시달리는 유럽과 미국을 대신해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중국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총회의 주요 기능은 원조가 제대로 사용됐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이 작업을 OECD 산하 ‘원조효과작업반(WP-EFF)’이 맡으면서 OECD 회원국이 아닌 중국이 원조에 참여할 가능성은 애당초 낮았다는 평가다. 브라질과 인도는 서면협의 과정에도 참여치 않았다.
선진국의 ‘구속원조 관행’도 진전되지 않았다. 구속원조란 원조하는 나라가 ‘원조에 사용되는 물자는 자국 제품만’, 또는 ‘자국 기업의 원조 참여 의무화’ 등의 조건을 붙여 원조를 하는 것. 그동안 원조를 받는 국가(수원국)는 ‘구속원조를 줄이고 비구속원조 비율을 늘려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부산선언’(가칭) 초안에는 ‘2015년까지 100% 비구속 원조 확정’ 조항이 들어가 있었으나, 미국·일본·EU 국가의 반대로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다. 한국은 2015년까지 비구속 원조 비율을 75%로 높인다.
한 관계자는 “미국은 로비 때문에 농산물에 대한 구속원조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회는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된다. ‘포스트 세계개발원조총회’ 시대엔 OECD나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G20 등 국제기구가 세계 원조의 주체가 된다. 문제는 각 기구의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인데, 이번 부산 총회에선 이와 관련한 협상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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