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유로존 해법 시나리오
①그리스 등 긴축·중심국 지원②주변국 자구정책만으로 해결
③건전국 지원속 부채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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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 실현가능성 낮아
“유로존 해체충격 대비해야”
국제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부정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논문을 통해 “유로존은 결국 해체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유로존 해체가 안 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며 그보다는 “해체 시에 발생할 충격과 전염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논문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도 논문을 입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나섰다.
5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1일 ‘유로존의 저량(貯量)과 유량(流量)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네 가지 정책옵션: 높아지는 무질서한 붕괴 위험(Four Options to Address the Eurozones’s Stock and Flow Imbalances: The Rising Risk of a Disorderly Break-Up)’이라는 논문을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현 유로존의 상황이 “저량(stock)의 문제뿐 아니라 유량(flow)의 문제가 얽혀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유량의 불균형 해소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의 대규모 부채 문제에디 재정적자와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가 얽혀 있어 현재의 정책 대응으로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4가지 정책 옵션을 제시했다.
첫 번째 옵션은 위기국가들이 긴축과 구조개혁을 지속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등의 중심국가들이 ‘확장적 거시정책’을 시행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루비니는 “가장 바람직하지만 중심국가들의 거시정책에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해 채택 가능성이 낮다”고 평했다.
다음은 위기국들이 긴축과 구조개혁을 추진하되, 중심국가들은 확장적 거시정책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이다. 어려운 나라들이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인데, 이들 국가가 상당기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어야 되기 때문에 사회, 정치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셋째는 만기연장이나 구조조정으로 위기국들의 부채를 구조조정하고, 중심국가들이 영구적이고 일방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는 안이다. 루비니 교수는 독일 같은 건전국이 매년 GDP의 약 5%를 위기국에 이전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그는 “유로존의 해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라고 평하면서도 “중심국들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위기국의 생명을 일시 연장하는 ‘단순 연명식’ 대응이기 때문이다.
그가 던지는 가장 실현가능성 높은 답은 유로존의 해체다. 위기국이 결국 유로존을 탈퇴하고, 환율 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루비니 교수는 “결국 중심국가들만 남는 축소된 형태로 유로존이 점진적으로 해체될 것”으로 봤다. 다만 그리스, 포르투갈 등 취약한 일부국가들만 탈퇴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유로존 잔류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탈퇴하는 유로존의 ‘무질서한 해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상의 심각한 충격을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역사적으로 이런 충격이 이따금 발생해왔던 만큼 유로존 해체가 안 된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유로국들의 정책공조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는 점에서 다소 급진적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나온 뒤 한 달 새에 유로존 붕괴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들이 부쩍 늘고 있어 외면하기도 어렵다.
기획재정부 역시 논문을 입수해 정책 대응 마련에 나섰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로존 해체는 그에 따른 부담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로존 붕괴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