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러운 중산층
혜택은 없고 의무만 줄줄이… 
반값등록금 불만질러놓고

자녀대학교육 걱정에 한숨



국민연금·건보료 급등

아파트 원리금 상환 부담

통신비등 물가도 설상가상



적자 가구 15%서 23%로

정부정책 저소득층에 집중

경계중산층 혜택서 소외



중산층이 가만히 앉아 빈민계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월이 지나며 소득은 올랐지만 나가는 돈이 더 많다. 그런데도 재형저축처럼 과거 중산층을 위한 정책들은 모두 저소득층을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연봉 5000만원에 수도권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2000㏄ 자동차를 가진 중견기업 부장 김환수(52ㆍ가명) 씨. 10년 넘게 숨만 쉬며 한푼 안 쓰고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요즘, 겉으로 볼 때 김 씨는 누가 뭐래도 중산층이다.

집 살 때 빌린 은행 빚을 갚아야 하는 날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취업을 앞둔 두 대학생 자녀를 보면 왜 한숨이 나오는지, 내년 봄 인사 때 임원을 달지 못하면 명예퇴직금과 금융기관의 창업자금 대출을 합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지, 그의 머리는 복잡하기만 하다. 100세 가까이 산다는데, 노후준비는 국민연금과 보험상품 하나가 전부다.

그는 하우스푸어이면서 이제 곧 워킹푸어, 실버푸어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내가 중산층일까?”를 자문한다. 아닌 것 같다. 다시 자문한다. 그럼 빈곤층일까? 아직 의식주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 이들은 경계중산층이다. 중산층과 빈곤층의 경계지대에 선 ‘경계중산층’은 철저한 소외계층이다. 상당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우리는 과거와 같은 잣대로 중산층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정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중산층은 쥐어짜이기만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종 정책은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서민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책뿐이다. 경계중산층의 몰락을 막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소득과 더불어 삶의 질과 연관된 다른 변수도 살펴야 한다.

김 씨 두 자녀의 대학등록금은 연 2000만원에 육박한다. 소득 하위 70%(연 가구소득 5371만원)에 턱걸이하면서 혜택을 받지만 반값등록금을 잔뜩 기대했던 그로서는 정치권이 미울 뿐이다. 여기에다 아파트담보대출 원리금 상환과 늘어난 준조세(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지출 부담, 스마트폰 사용으로 치솟은 통신비까지 합치면 여유를 즐길 돈은 거의 없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율 체계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과 함께 바뀐다고 하지만, 1000cc 이하ㆍ1600cc 이하ㆍ1600cc 초과로 나뉘면서 그에겐 혜택도 없다.

중산층 중 적자가구 비중이 1990년 15.8%에서 2010년 23.3%로 늘어났다(현대경제연구원)는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서민도 무주택자도 아니기에 MB정부의 주택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과 무주택자의 주택마련 촉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김 씨같이 은행 돈 빌려 집 산 사람은 보기 싫더라도 국제금융시장 동향까지 체크해야 한다. 금리가 또 언제 출렁거릴지 모르는 탓이다.

뿐만 아니다. 최근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배려도 남의 이야기다. 급전이 필요해 서민금융을 이용하려 해도 금융기관이 적자가계나 다름없는 그의 속사정을 알 리 없다. 그는 서민금융 대상이 아니다.

김 씨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인 각종 세율과 고소득전문직의 탈세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오른다.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더욱 얇아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김 씨는 정치권이 ‘부자증세’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맞춰 표심을 정할 생각이다. 경계중산층의 반란은 지난 4월 분당을 재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중산층이 붕괴되는 가운데 가속화하는 양극화, 그리고 저출산ㆍ고령화. 중산층을 두껍게 하지 않으면 저출산ㆍ고령화의 재앙은 더욱 속도를 낼 게 분명하다. 김환수 씨는 다 큰 자녀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