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인도)=윤정식 기자]“람보르기니가 농기계 트랙터 회사로 출발한 거 아시죠? 이미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회사 입장에서는 농기계 회사와 자동차 회사가 한끝 차이입니다.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업계에서 제2의 람보르기니 신화를 낼 지 한번 지켜봐야죠.”
인도의 대기업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에서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미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가 한국의 할부금융사와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쌍용차를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마힌드라 관계자는 이미 쌍용차와 한국정부 등을 통해 2~3개 업체를 추천받아 인수 대상목록에 올려놓고 최종 검토단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만3001대를 판매한 쌍용차 정도 규모의 회사가 할부금융사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는 시각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현대캐피탈을, 르노삼성차는 르노캐피탈을, 한국GM의 경우 아주캐피탈을 전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BMW코리아(지난해 2만3300대)도 ‘BMW파이낸스코리아’를 운영하는 등 수입차 업체들도 절반 이상이 할부금융사를 설립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할부금융사를 설립할 경우 다양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져, 지금보다 최대 2배까지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품사의 경우 일단 농기계 회사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히 쌍용차에도 알리지 않은 채 인도 본사가 한국 정부에 단독으로 대상기업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업은 동양물산이다. 인도 농기계 시장 1위인 마힌드라는 이미 동양에서 이양기 등을 공급받아 현지에서 팔고 있다. LS그룹의 계열사인 LS엠트론을 비롯해 대동공업, 아세아텍 등 국내 농기계업체 ‘빅4’ 모두 고려 대상이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부품사들은 국제시장에서 몸값이 올라 있지만 농기계 업체는 아직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마힌드라가 매력적으로 느끼면서 인도 내수에서도 큰 활약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힌드라의 오너인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개최한 ‘한국-인도 투자포럼’에서 한국투자 명예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정부는 인도를 대표하는 큰 손 마힌드라를 창구로 신흥시장 대기업들의 한국 투자를 적극 유치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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