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의 세대별 의식조사 결과, 1966~1974년생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라고도 불리는 ‘F세대’ 가운데 34.8% 정도만이 ‘저축이 부채보다 많다’고 대답했다. 이어 ‘저금해 놓은 돈이 빚과 비슷하다’는 응답이26.2%, ‘부채가 저축보다 많다’ 30.0%, ‘부채도 없지만, 저축도 없다’는 대답은 9.0%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65% 정도는 한달 한달 수입과 지출을 근근이 맞춰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F세대의 경제적 상황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일견 나은 듯 하다. 베이비부머의 34.4%가 부채가 저축보다 많았고, 저축이 부채보다 많은 경우는 30.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F세대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베이비부머 못지 않게 고단하다. 한창 돈을 벌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F세대지만 턱없이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높아지는 생활물가에 가계가 넉넉할 틈은 없다. 그나마 F세대 일부 가정의 저축 여력은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쥐어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들은 자녀 교육이 마무리 단계이므로 저축의 필요성 자체가 F세대에 비해 줄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 사회초년병때 IMF를 겪고, 늘어난 사교육비 등 때문에 뒤늦게 집을 장만했지만 상투를 잡거나, 집 장만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F세대는 허리띠를 졸라매 저축을 해보지만, 그럼에도 65%는 저축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F세대가 걸쳐 있는 30대 가구주 가구의 71.6%와 40대 가구의 74.6%는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경제위기로 부채를 가진 가구의 비율은 1년 만에 각각 3.7%포인트, 3.3%포인트 높아졌다. F세대의 3% 정도는 역시 1년 새 빚이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금융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 F세대의 빚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F세대의 가장 무거운 경제적 짐은 집이다. 통계청 등의 자료분석결과 F세대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기’집 없이 전세, 월세, 사글세에 산다. F세대의 빚 상당수(30대 54.6%, 40대 43.3%)는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진 것이다. 담보대출을 받은 30대 가구주의 65.3%는 거주주택을 마련하거나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고, 40대도 절반 가까운 41.5%가 집 때문에 담보대출을 받았다.
자녀교육도 만만치는 않다. F세대는 평균 2명 수준인 자녀교육을 위해 월 25만원가량의 사교육비(초등학생 24.5만원, 중학생 25.5만원)를 쓰고 있다는 다른 조사결과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말해준다.
이번 조사에서 ‘저축도 없도 부채도 없다’는 응답은 1954년생 이전 출생한 고령층이 39.4%로 가장 많았고, F세대가 9.0%로 가장 낮았다. F세대는 빚을 지든 저축을 하든 뭔가 돈을 쓰거나 굴리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진보적 성향의 응답자의 금융자산이 보수성향보다 많다는 것이다. ‘저축이 부채보다 많다’는 응답은 진보 34.2, 보수 26.8%였다. ‘부채가 저축보다 많다’는 응답은 진보(21.9%) 보다는 보수(28.8%)가 많았다. ‘보수는 부자이고, 진보는 가난하다’는 말은 선입견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입증하는 셈이다.
응답자 전체적으로는, 부채가 저축보다 많다는 응답은 ▷강원 제주(29.8%) ▷수도권(27.6%) ▷충청권(25.7%) 순이었다.
이번조사는 지난해 12월9~13일 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은 지역별 성별 인구비례할당 방식으로 ▷1954년생 이전출생자 ▷1955~1963년생(베이비붐세대) ▷1966~1974년생(F세대=2차베이비붐 세대) ▷1992~1975년생 등 4개 세대 각각 500명씩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홍승완 기자/ swan@heraldcorp.com
■[용어설명] F세대= 베이비붐세대 보다 50여만명 많은 최다 인구층(Formidable members)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잊혀진(Forgotten)세대’, 1966~1974년생 750만명을 지칭한다. 힘겨운 청년~중년기를 보내면서 ▷분노(Fire)의 내재 ▷신구세대의 가교(Fusion) ▷소셜미디어 장악(Facebook) 등 특징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 신주류. ‘1987년체제’에 대응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의 변동을 몰고올 공정,상생의 ‘2013년 체제’ 주역으로 꼽힌다. <비교> ▷F세대 1966~74년생 748만 4206명 인구점유율 15.6% ▷베이비붐세대 1955~63년생 694만 9972명 인구점유율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