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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산 푸조·폴크스바겐 한국시장 잠식”
속도내는 한·중FTA…높아지는 산업계 우려 목소리
자동차업계

“가격메리트 앞세워

중국산 日·유럽차 공세 ”


IT업계

“현지투자위주로 中 진출

내국민대우 확보 시급”

“생각해보세요. 유럽산이 아닌 중국산 폴크스바겐이나 푸조가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가격 메리트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다 잠식할 겁니다.”

정부의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소식에 국내 산업계가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한ㆍ미 FTA’나 ‘한ㆍEU FTA’와는 달리 경제적 효과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부가 정치ㆍ외교적으로 접근하는 한ㆍ중 FTA를 무턱대고 반대할 수도 없다.

지식경제부는 한ㆍ중 FTA가 체결될 경우 이득을 볼 만한 산업군들을 중심으로 손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일단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물 분야에는 가능한 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동차 등에는 문을 열어 성과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장밋빛으로 보는 자동차 업계마저도 한ㆍ중 FTA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담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12일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요국이지만 우리의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협상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저가의 중국산 자동차는 물론이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일본ㆍ유럽차의 국내 수입으로 내수 시장이 잠식될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한 수입차 시장이 지금까지 집중해오던 프리미엄급 차량을 넘어 중저가 차량으로까지 확대되면 안방에서 현대ㆍ기아차와 쌍용 등 국내 완성차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입장은 IT업계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기술유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수출보다는 현지투자ㆍ생산 위주의 전략으로 지금까지 중국시장을 공략해 왔다”며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투자 관련 완전한 내국민대우 확보에 보다 초점을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 가운데서도 업계가 겉으로 한ㆍ중 FTA를 반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한ㆍ중 FTA 협상은 정치ㆍ안보적으로 취하는 액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현 정권이 펼치는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지 경제적 효과에 집중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고위 관계자도 “현실로 들어가서 본다면 오히려 FTA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들도 중국 현지 생산을 증대해 역수입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생산과 고용시장이 장기적 침체에 빠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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