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판매량 작년 90만대 ‘세계톱’
한국품질기준 현지시장서 효과적
판매방식·생산과정도 벤치마킹
잠재력 비해 경제인프라 낙후
지역마다 다른 관세제도 걸림돌
“진입장벽 높지만 진출 포기못해”
[뉴델리ㆍ첸나이ㆍ뭄바이=윤정식 기자]“미국의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가 우리는 4개나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디트로이트가 바로 인도입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이 자신감. 수가토 센(Sugato Sen) 인도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미국 시장도 우습게 아는 인도 업계.
하지만 당장 숫자를 보면 당황스럽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은 총 000만대가 판매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의 배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는 12억 인구의 덩치값도 못하는 규모다.
그래도 이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 안달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줄을 섰다. 인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도대체 왜? 그들은 인도로 간 것일까?
▶인도에 있는 4개의 디트로이트=첸나이, 푸네, 구자라트, 구르가온. 인도의 디트로이트들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름인 마드라스(Madras)로 더 잘 알려진 첸나이(Chennai)는 항구를 끼고 있는 인도에서 세 번째로 큰 산업도시다. 한국의 현대차를 비롯해 BMW, 볼보, 닛산, 도요타, 포드가 생산공장을 여기에 두고 있다.
인도 최대의 산업단지로 IT기업들과 자동차 기업이 함께 뒤섞여 있는 푸네(Pune)는 GM과 벤츠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아우디, 르노, 피아트, 스코다가 진출해 있다.
수도 뉴델리 인근에는 인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스즈키를 비롯해 혼다가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신자동차 산업단지인 구자라트 지역에는 최근 프랑스 푸조가 공장 부지를 매입했고, 스즈키와 포드도 제2공장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이 바라보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이미 경차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2009~2010 회계연도에 90만대를 돌파하면서 70만대 수준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수가토 부회장은 “경차 시장 역시 아직 제대로 성장한 게 아니다”면서 “2020년에는 중국 시장 규모의 70%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인도 자동차 시장. 경기침체로 지난해 240만대로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2륜ㆍ3륜차 시장만 1300만대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팽창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
▶인도서 성공하려면 한국을 경험해야=인도 자동차 산업에서는 유독 한국의 흔적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칼 슬림(Karl Slym) GM 인도 법인장(사장). 그는 인도 자동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애한(愛韓)파로 통한다.
칼 사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국의 GM대우에서 품질 부문 부사장으로 0년여 동안 재직했고 이후 인도 법인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 고위 임원 출신으로 인도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물로는 박한우 현대차 부사장과 칼 사장 두 명이 유일하다.
칼 사장은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을 갖춘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에서 세웠던 품질 기준을 인도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시장 환경이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측면이 많지만 한국은 다른 모든 아시아 국가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체 자동차 시장의 75%가 경차 시장인 인도는 글로벌 GM의 경ㆍ소형차 개발본부인 한국GM 생산분을 반조립(CKD) 상태로 받아서 최종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스파크(현지명 비트), 구형 마티즈(스파크), 크루즈, 아베오, 라세티(옵트라), 캡티바 등이 이런 방식으로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다.
안드레아스 샤프(Andreas Schaaf) BMW 인도 법인장(사장) 역시 BMW코리아 부사장 출신으로 한국에서의 마케팅 기법을 대거 인도에 적용해 BMW를 인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1위 업체로 만든 주인공이다.
▶인도는 미래의 유럽?=일단 인도가 중국 이상의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문제는 인도 정부의 의지다. 인도 정부는 2010년까지 총 100조원을 들여 낙후한 인프라를 반전시켜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첸나이에 연간 생산량 63만대 규모의 공장을 맡고 있는 박한우 현대차 인도법인장(부사장)은 “인도에 현대차가 들어온 지 14년이 됐지만 10년 전과 인프라 상황이 똑같다”면서 현재 유럽 등 전 세계 120개국으로 연간 25만대를 인도공장에서 수출하는데,수요가 더 있어도 그 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오프로드가 연상될 정도로 곳곳이 파인 도로 상태에다 무질서한 교통질서 때문에 약 10㎞ 남짓한 공장과 부두까지도 3시간 넘게 소요될 정도다.
과도하게(?) 발달한 지방자치제도 경제 발전에는 걸림돌이다. 안드레아스 샤프 BMW 인도법인 사장은 “인도는 28개 주마다 다른 관세제도를 갖고 있어 똑같은 공산품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광고 전단 하나를 만들어도 한번에 꼭 14개 언어로 만들어 배포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마치 유럽 시장같은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살아남기 힘든 터프(Tough)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인도 시장 진입에 성공한 기업들은 그들만의 견고한 벽을 형성한다. 기미노부 도쿠야마(Kiminobu Tokuyama) 닛산 인도법인장은 “지구상에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또한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곳이 인도 시장”이라며 “인도에서 돈벌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17개 주요 기업이 몽땅 들어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 @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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