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이 밤 거리에서 흔들리고 있다. 올핸 정부의 단속강화로 졸업식 난동이 사라졌지만 졸업의 해방감은 늦은 밤 거리에서 분출되고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8시 건대입구 앞 유흥가. 평일임에도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인파 대다수가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었지만 치마를 짧게 올려입은 교복차림의 중ㆍ고등학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좀 더 어두운 곳으로 가봤다. 건대입구역 인근의 작은 공터를 찾았다. 그 곳에는 앳되 보이는 10대 여학생 세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복차림에 진한 화장과 염색까지 했지만 앳된 얼굴의 젓살만큼은 숨길수 없었다. 학교와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하나(가명ㆍ16)양은 “사람들 많은 곳에서 담배 피는 건 눈치가 보인다. 이런 곳 말곤 피울 데가 없다”면서 “졸업식도 끝났고 해서 해방감에 염색도 하고 나와봤다.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많이 들떠 있었다.
담배 구입은 이들 중 외모가 가장 성숙한 박희정(가명ㆍ16)양이 맡는다고 했다. “술집에 드나드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런 차림이라도 술집은 무조건 걸린다. 기껏해야 노래방이나 멀티방에 술을 싸들고 들어가서 마시는 정도”라고 박 양은 대답했다.
인근 ‘ㅎ’노래방에 가서 사정을 물었다. 매니저 최준(30)씨는 “유리로 된 방 안에서 가끔 맥주나 양주를 마시는 청소년들이 발견될 때가 있다” 며 “그럴땐 그 방에 들어가 술을 회수하고 카운터에 맡겨놨다가 나갈 때 찾아가도록 조치하고 있다” 고 했다.
오후 9시 교복과 사복을 말쑥하게 겹쳐입고 삼삼오오 길을 가는 남학생들에게 말을 건넸다. 얼마전 S 중학교를 졸업한 J(16)군은 “우리는 노는 애들 아니에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방금 노래방에서 나왔다. 이젠 당구장 갈거다. 거기는 24시간이니까”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낄낄댔다.
같은 시간 서울 왕십리역 인근에서 늦은 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는 10대 청소년들이 목격됐다. 이들은 2호선 왕십리역과 연결된 복합쇼핑몰 지하 벤치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총 8명이었다.
H 중학교 3학년 K(16)양은 “오늘 낮에 졸업을 했는데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 것 같아 아직 집에 안 들어갔다”며 “오늘은 꼭 재밌게 놀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작심하고 놀겠다던 학생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을까. “서로 헤어지니까 단체로 이미지사진 찍었고요. PC방 가서 ‘서든어택’하고, 또 와플 먹다가, 쇼핑몰 돌아다녔어요” 교복치마를 달라 붙는 미니스커트로 수선해 입은 P(15)양이 말했다.
여학생들은 빨간색 립스틱에 짙은 눈화장까지 한 상태였다. 4명의 화장이 똑같았다. 이들은 “똑같은 걸로 돌아가며 칠했거든요”라며 킥킥댔다.
학생들은 복합쇼핑몰 안팎을 돌아다니며 요란스럽게 웃어댔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이들을 무심히 쳐다보거나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오후 11시. 여전히 이들은 거리를 서성댔고 어른들을 위한 간판의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윤현종 ㆍ이지웅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