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제 金수요 2년연속 사상최대
세계 연간 총수요 4067.1t치장용 줄고 금괴·금전 늘어
공급은 전년대비 4% 감소
저금리 기조·인플레 우려속
국가재정 탄탄한 곳일수록
대체재로 金인기 치솟아
위안화 강세 中, 연말 대거 매입
최대수요국 인도 뛰어넘어
한국도 투자용 5배 급증
“포트폴리오 다변화
특정통화에 의존도 낮추고
金자본화로 국부가치 방어”
2011년 세계의 부자들이 국제 금시장을 뜨겁게 달군 것으로 조사됐다. 유로화와 달러화 공급이 늘면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자 가장 기초적 거래수단인 금에 집중한 것이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국부(國富)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 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도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시장 규모 2년 연속 사상 최대 경신=헤럴드경제가 16일(현지시간) 세계금위원회(WGC)로부터 입수한 2011년 ‘금 수요 추이’ 자료를 보면 연간 세계 금 총수요는 4067.1t으로 전년 대비 0.4% 늘어나며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치로는 2055억달러로 전년(1595억달러) 대비 28.8%가 불어났다. 금값 상승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금괴나 금전(gold coin) 같은 투자 관련 수요의 급증이다. 2011년 투자 관련 수요는 1487t으로 전년의 1200t보다 23.9%나 늘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치장용(jewellery) 수요가 2017t에서 1963t으로 2.68%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수요는 368t에서 154t으로 반토막이 났고, 산업용 수요도 466t에서 464t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경제위기가 금 인기 높였다=이 같은 투기적 수요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연 선진국 재정위기가 지목된다. 작년 1분기 312.7t(전년 동기 대비 +71.8%)을 기록하며 폭발하던 금괴 수요가 금값 상승으로 2분기에는 256.1t(전년 동기비 +18.2%)으로 주춤하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3분기 321.4t(전년 동기비 +40.4%)으로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극복을 위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면서 화폐보다는 대체재인 금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리고 이는 선진국과 신흥국에 관계없이 국가재정이 비교적 탄탄한 곳일수록 두드러졌다.
기축통화인 달러와 준기축통화인 유로의 핵심국인 미국과 독일의 외환보유고 내 금 보유량은 8133.5t과 3396.3t으로 세계 1, 2위이며, 외환보유고 내 금의 비중은 74.5%와 71.4%에 달한다. 기축통화 보유국이라도 금의 힘이 뒤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대 수요국 인도→중국=2011년 연간 최대 금 수요국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인도였지만, 2위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인도는 치장용 수요가 줄어든데다 투자 수요 여력도 약해졌지만, 중국은 치장용 수요와 투기적 수요가 함께 늘었다. 전년 447t이나 됐던 양국 간 총 수요 격차는 2011년 260t대로 줄었다. 2011년 4분기만 보면 중국이 190.9t을 기록해 173t에 그친 인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수요국이 됐다.
WGC는 “루피화 약세는 인도인의 금 소비 여력을 위축시켰다. 게다가 환율 변동과 함께 금값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더욱 수요가 위축됐다. 인도 소비자는 금값이 안정될 때 매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강세로 소비여력은 인도보다 낫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금값이 하락하면서 잠시 수요가 주춤했지만, 연말로 가면서 금값이 안정되자 다시 수요가 몰렸다. 중국인은 오르는 자산일수록 더 투자해야 한다는 성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수요 탄탄=태국ㆍ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ㆍ터키ㆍ독일ㆍ스위스 등도 투자 수요를 중심으로 금을 사들였다. 한국의 경우 전년 0.6t이었던 투자용 금 매입이 작년 3.1t으로 5배가량 늘었다. 반면 치장용 금 수요는 금값 상승으로 15.9t에서 13.7t으로 위축됐다.
투자용 금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은 외환보유고로 쌓이는 금의 양이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외환보유고로 쌓인 금의 양은 2010~11년 500t 이상 증가했다. 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많다.
WGC는 이유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함으로써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다. 아울러 금의 자본화로, 국부를 지키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의 투자용 금 수요가 부진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경우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투자용 금 수요는 ‘0’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은 아예 45.2t을 내다팔았다. 금액으로는 23억5400만달러(한화 약 2조660억원)에 달한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경제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은 베트남의 경우 2010년 63.2t에 이어 2011년에도 87.3t의 금을 사들인 점이다. 금액으로는 2010년 26억7400만달러, 2011년 45억3400만달러에 달한다.
WGC는 “인플레이션과 국내 자산가격의 부진, 동(Dong)화의 가치 하락 등이 금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부족 지속=금 수요는 매년 늘어나지만 공급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금 공급은 3994t으로 전년 대비 4%가 줄었다. 광산 채광은 2809.5t으로 전년 대비 4% 늘었지만, 재활용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WGC는 세계적 경제위기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산업생산이 둔화한 것을 재활용 금 공급의 주요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