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 속 교역량 급격 감소
정부가 설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3.7%의 하향조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간과 국제기관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률과 국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세계 경제와 교역량의 둔화 속도가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 지난 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2%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췄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기존 144억달러에서 136억달러로 낮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에서 3.5%로 0.1%포인트 오히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기관의 시선도 이와 유사하다. 월드뱅크의 경우 지난 1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럽연합(EU) 등이 지난해 하반기 전망한 3.5% 내외보다 무려 1%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정부는 아직 조심스럽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란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과 유로존 사태의 해결점 찾기가 지연되면서 연초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장률 하향을 거론하기에는 상당히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여러가지 지표가 성장률의 하향조정 압력을 높이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세계 교역량이다. IMF는 올해 세계 교역신장률을 지난해 5.8%로 전망했으나 1월 전망에서는 3.8%로 대폭 낮췄다. 유로존 사태와 국제유가 불안 등이 당초 예상보다 더 무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92.9%에 달하는 교역량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교역증가율이 2%포인트 감소할 경우 한국의 교역증가율은 한국은행이 예상한 5.4%에 비해 1.27%포인트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내수경기 개선과 중국의 추가 내수부양이 우리 수출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재정과 경상수지의 ‘쌍둥이적자’ 해소를 위해 균형적 무역수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부실에 대한 우려로 신용팽창을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 3.7% 달성을 위해서는 2% 이상을 내수와 국내 소비가 책임져 줘야 한다. 하지만 연초 공개되는 관련 지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단적으로 지난 1월의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월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11월(-0.5%)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매출이 준 적이 없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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