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Health-care에서 Econo-care 시대로> - ③ 올바른 노후경제 보장-Job opportunity
60세 연급 수급자 65세로 연기땐 연금 26% 더 받아취약한 사회 구조 탓 정년 채우기는 하늘의 별따기
‘인생 이모작’준비·기업내 은퇴교육도 활성화 시급
몇 해 전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소장과 여의도에서 식사한 경험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젊을 때 어떻게 준비해야 노후에 편하게 지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강 소장은 투자자 교육을 위해 전국을 누비던 때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대답은 “젊은 때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문가가 되면, 그만큼 사회생활을 오래할 수 있고, 오랫동안 일하는 것만큼 확실한 노후보장도 없다는 얘기였다. 예상을 벗어난 답변에 잠시 멈칫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만큼 확실한 대답도 없었다. 강 소장 자신도 금융권에서 열심히 일하고 전문 능력을 길러온 결과, 정년을 넘긴 시점까지도 일하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65세인 그는 10여년 전까지 금융권에 몸담다 은퇴할 시점에 미래에셋과 의기투합해 투자자 교육을 펼치고 있다.
▶65세까지 일하면 국민연금 26% 이득=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제1 원칙’이 바로 은퇴 시점을 연장하는 것이다. 사실 은퇴 연령을 늦추면서 누릴 수 있는 이익은 한 둘이 아니다. 기본 소득원이 생기면서 노후 자산의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연금 급여 개시가 연장되면서 연금 지급 규모도 커지게 된다. 우선 60세부터 연금 급여가 가능한 국민연금의 경우 65세까지 수급을 늦출 경우 50대 중반부터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것보다 26%나 많은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956년 1월 1일에 태어난 A(기본소득 200만원) 씨의 경우 국민연금에 매월 18만원씩 20년간 불입해 올해부터 조기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완전노령연금을 받고 싶었지만, 자녀들 교육비를 대느라 마땅한 노후 자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지난 20년간 총 4320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했으며, 올해부터 매달 55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A 씨가 만약 연금 수령 시점을 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61세로 늦췄다면, 월 수급액이 72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60세까지 불입기간을 늘려 65세부터 수급을 시작하면, 매월 104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A씨가 현재 기대여명인 83세까지 살 경우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면 총 2억2553만원을 수령해 조기노령연금 받을 때보다 4671만원이나 더 많이 받게 된다.
국민연금 측은 “60세까지 일자리를 통해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정상연금 또는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노후 소득 대비 방법”이라며, “조기노령연금과 달리 60세 이상인 노령연금 수급자가 65세까지 연기하였다가 다시 받는 경우 연기기간 1년에 7.2%(2012년 6월까지는 6%) 더 많은 금액을 받게 되어 전 생애 기간 동안에 받게 되는 총 연금액이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짧은 정년, 실질 은퇴연령은 OECD 최고=건강과 직장이 허락하는 상황에선 80세를 넘겨서도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까지 버텼으면 선방) 등의 용어가 일상화되면서 정년을 채우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7.3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정 정년이 65세에 이르는 것을 감안해볼 때 매우 짧은 편이다. 실질 정년을 따져볼 때에도 OECD국가 근로자들의 실질 정년은 61.5세 정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3세 정도에 그치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입사해 정년퇴직할 때까지 길게 잡아도 30년 정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병역의무가 없는 OECD 국가 근로자들이 20대 중반에 취직해 60대까지 4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보면 우리나라 정년은 너무 짧다.
이는 곧 일자리 질 하락과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50대 중반에 퇴직한 이들을 받아줄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비정규직 등의 질 낮은 일자리를 메우게 되며, 급격한 임금 하락을 겪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에 따르면, 51~53세 근로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26.4% 정도에 그치지만, 60~62세에 이르러서는 56.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자리 질 하락이 급속도로 일어나는 셈이다.
일찍 정년에 도달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실질 은퇴연령은 OECD국가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지난 2009년 OECD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연령은 남성 71.2세, 여성 67.9세로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73세/75세)가 가장 높았으며, 일본(69.5세/66.5세)은 우리나라 다음으로 많았다. 당시 OECD국가의 평균 실질은퇴연령은 남성 63.5세, 여성 62.3세였다.
조기 정년과 늦은 실질 은퇴연령은 그만큼 노후 대비에 취약한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 즉 50대 초반부터 60대 연금 수급에 이르기까지의 공백기와 연금 수급기의 부족한 연금으로 은퇴 이후에도 저임금 근로를 상당 기간 지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교육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도 미온적이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헤럴드 DB] |
▶정년 늘리고, 은퇴 교육 강화해야=결국 정년을 늘리거나 은퇴 이후에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노후 생활의 경제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리해고가 일상화된 요즘,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해 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전문화된 일을 찾는 것 이외에는 그리 대안이 많지 않다. 직장인들이 주경야독하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실제로 전문 자격증을 확보하기 위한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56개 종목 기술자격에 267만명이 지원서를 냈다. 여기에 약 40만명의 전문자격 응시자 수를 합치면 총 300만명이 국가자격시험에 참여한 셈이다.
정년을 늘리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장기적으로는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연금 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의 은퇴 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정년 이후의 사회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주는 기업 내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경제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교육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도 미온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