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3건 가운데 1건이 각 정부 부처의 ‘숙원 사업 해결용’으로 사용되는 등 부적절하게 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으로는 2조5000억원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확대분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역대 두번째 규모이자 대부분의 빚으로 조달한 추경 대부분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면서 당초 목적인 경기부양과 민생경제 활성화는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회 사무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서민경제 활성화와 경기부양 등에 사용될 5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2조5000억원이 연내 집행이 어렵거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예산으로 지적했다. 정부 추경의 경우 전체 규모는 17조300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12조원은 세수결손을 메꾸는데 사용된다. 때문에 새누리당 일부와 민주당은 "추경에서 민생과 경기부양 예산이 너무 적다"면서 세수결손에 충당할 추경을 세출예산으로 늘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안을 뜯어보면 당초 목적이었던 경기 부양과 민생경제 활성화는 커녕 가용 재원의 절반이 엉뚱한 곳에 잡혀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 220개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70개안에 대해 사업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 여부, 추경 목적 부합성 등을 검토해 만든 종합 보고서다. 그동안 각 정부 부처나 국회 상임위별로 추경의 구체 방안이 나온바는 있으나, 사용 내역과 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K9자주포 구입과 덮개 공사에 1700여억원을, 미래부는 방사광가속기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 등에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요청했다. 심지어 경찰청은 CCTV 설치 명목으로 88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할 정도다.
정부의 각 부처와 청이 모두 추경 예산을 ‘눈먼 돈’으로 보고 예산을 따낼 목적으로 경쟁적인 추경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라는게 보고서의 평가다.
국회 관계자는 “각 부처들이 나라 빚을 내서 벌이는 돈잔치에 일치 단결의 심정으로 예산을 따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1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해양 순시선을 도입하면서 ‘경영난 조선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