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납품 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관행’ 등을 근절할 ‘하도급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원안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5월 7일까지로 연장된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하도급법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나머지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입법 과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는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하도급법을 상정,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전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은 ‘대기업에 입증책임 전가’, ‘징벌적 손배제의 이중처벌’ 등을 이유로 법사위 산하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법사위 자체가 파행됐다.
하지만 29일 밤 여야 원내대표단이 심야 협상을 벌인 끝에 결국 원안통과가 관철됐다. 여야 6인 협의체에서 해당 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합의한데다, 특히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도 합의됐던 점이 작용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하도급법의 법사위 처리 과정이 진통을 겪은 것은 재계 반발과 입법 속도위반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 등 경제 5단체는 29일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을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고, 법사위 파행도 이 회동 후 벌어졌다.
하도급법이 시행에 들어갈 경우 기존 ‘대기업-중소기업’ 거래 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법안은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 인하와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행위에 대해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여당이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속도 조절론’을 펼치고 있지만, 모든 절차를 거쳤고 청와대도 동의하는 법안인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이춘석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늘 통과시키자고 오전에 법사위에서 통과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등기임원의 연봉이 5억원 이상일 경우 연봉을 공개하는 법안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 정년 연장법과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매기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이 외에도 국회에는 가맹 사업주의 횡포를 근절키 위해 마련된 가맹사업법과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가 진행중이다.
홍석희ㆍ조민선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