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법조계 ”공안정국의 단면” vs 검찰 “법과 원칙따른 대응”
[헤럴드 생생뉴스]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과거 10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총 118명이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올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를 제외하고 지난 10년 동안 기소된 사람이 100명을 넘은 것은 2010년(102명)과 2012년(101명) 뿐이었다. 특히 올해 기소된 사람은 노무현 정부 중반기인 2006년의 29명에 비하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3년 93명, 2004년 71명으로 점차 줄던 숫자는 2006년 30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가 200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부 중반기인 2010년 102명으로 2009년(54명)에 비해 배 가까이로 늘었고 이후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사건 심리를 맡은 법원 판단은 또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
기소가 늘면서 피고인 선처나 무죄 판결이 전보다 증가한 것이다. 선고유예나 무죄를 받은 사람의 비율은 2008년부터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올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법원 판결을 받은 88명 가운데 무죄는 10명에 달했다. 앞서 기소된 사람이 가장 적었던 2006년 무죄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국보법 위반 혐의자 기소가 늘어난 현상을 놓고 법조계에선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종북 세력’의 반국가활동이 전보다 활발해졌거나 수사 기관이 국보법을 더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국보법 위반사범 검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안보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관련 수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내정자 시절 청문회 답변서에서 “북한 정권의 주의·주장·노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세력이 아직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통계상 국보법 위반 혐의자가 증가한 것은 공안이 강조된 결과”라며 “노태우 정권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범죄자가 늘어난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분석했다.
재야 법조계에선 국보법 사건의 증가는 최근 ‘공안정국’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과 함께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에게 국보법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승헌 변호사는 “무죄가 많다는 것은 법원이 처벌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기소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과거 정부 비판 세력을 공안적 관점에서 기소한 예가 많았고 이는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장경욱 변호사는 “정권이 국보법 위반자를 발본색원해 즉시 처벌하면서 정치적 위기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며 “공안정국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희 대검 공안기획관은 “공안정국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고 기존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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