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는 푸는 것이 맞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하며, ‘걸림돌’은 치워야 한다. 당연한 얘기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소리와 같다. 그러나 정치는 무엇이 ‘과도’하고, 무엇이 ‘불필요’하며, 무엇을 ‘걸림돌’로 보는지에 대한 견해차의 충돌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7일 청와대 만찬은 ‘인사 자리’였고, 6일 ‘기자회견’은 잘 짜인 ‘드라마’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만찬에서 “과도한 규제를 풀어서 민간 부문이 열심히 뛰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고, “불필요한 규제로 발목을 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으며, “부동산 과열 방지 장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도한 규제’는 예산안 처리를 가로막았던 ‘외국인투자촉진법’으로 해석되고, ‘걸림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의미하며, ‘불필요한 규제’는 공공 부문 개방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 발언의 행간엔 이 같은 첨예한 법들이 잠복해 있지만, 청와대 만찬장에선 대통령의 ‘두루뭉술’ 화법에 누구도 ‘대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을 쓰고 버려선 안 된다’며 입바른 소리를 했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도 정작 헤드테이블에 앉아선 침묵했다. 정치의 자리가 아닌 ‘아군 식별’의 새해 첫 ‘인사 자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은 잘 짜인 ‘드라마’ 같았다. 기자들의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었고, 예상질문에 대한 30페이지 분량의 답변지도 대통령 앞에 놓인 단상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 질문’은 ‘관저 생활’을 묻는 질문이었다. “보고서 본다는 답변 빼고 퇴근 후 일상을 말해 달라”는 요구에 박 대통령은 웃으며 ‘그래도 보고서 보는 시간이 가장 많다’면서 ‘새롬이와 희망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웃음은 여유였다. 그런데 여유는 미리 준비된 답변지 덕은 아니었는지.
새해 들어 박 대통령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인사 자리’의 소통은 ‘덕담’이 전부였고, ‘드라마’를 통한 소통은 ‘주인공 띄우기’로 비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나, 신년인사 초대에 응했던 당직자들이 혹시 할 말을 다 못 해 밤잠을 설치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홍석희 정치부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