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정부의 ‘474 비전’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선친의 한에 사로잡혀 소통하지 않은 탓에 경제팀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전 총리는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좋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1인당 소득이 2만4000달러 정도 되는데 (3만 달러까지) 6000달러가 돼야 한다. 대략 25%인데 1년씩 6%씩 성장해야 하는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란 게 4% 내외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4% 성장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4년간 4% 성장해서 어떻게 (소득을) 늘릴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잠재성장률 4% 진입,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목표로 하는 ‘474 비전’을 밝힌 데 대한 실현가능성을 따져물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진방침을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생각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제는 지금 박근혜 정부 경제층이 대단히 무기력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그렇다기 보다 현 정권의 현실인식과 접근방법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경제팀의 무기력을 대통령의 소통방식 문제와 연결지었다. 정 전 총리는 “국민들 눈엔 대통령을 옹호하는 일부 친박세력,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깊은 장막 속에 잘 보이지 않고 측근들이 전하는 말,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선친 박 대통령의 한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어떤 의미에선 애국심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크고 복잡한 사회가 돼 위에서 알아서 할테니 따라오라는 건 어렵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탕평용정(蕩平鎔鼎)’이란 성어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을 쓸 땐 골고루 쓰고 여러 아이디어는 하나로 녹이자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하나로 뭉치고 그것이 부국융성의 기초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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