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1억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사태 후 국회가 해법 마련을 위해 국정조사와 입법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각 상임위원회 안팎에서 불통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관 증인 채택 관련 상임위 간 알력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 상임위 안에서도 업무 범위를 놓고 내홍이 일어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는 상대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기관장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며 최근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정무위가 안행위 소관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안행위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에 안행위는 최수현 금감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정무위가 맡고 있는 금융당국 관리감독 책임자들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비록 정무위가 유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혀 안행위도 일단 금융당국 증인 채택을 보류한 상태지만 여전히 마찰이 가신 상태는 아니다. 이번 카드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밝히는 국정조사 전반을 정무위가 담당하는 반면, 안행위는 이보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입법청문회만 실시해 애초부터 있었던 상임위 간 갈등 소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안행위측에서는 정무위가 안행부 장관을 부른 것이 ‘도를 넘었다’고 받아들였고, 정무위는 안행위가 ‘주제파악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임위끼리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한 것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졌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안행위 내부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팽배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금융당국 총책임자들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다. 이찬열 안행위 민주당 간사는 “농협, 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 사장이 다 나오는데 이들을 관리감독했던 기관장들이 증인으로 나와야지 감독체계 관련 정밀한 입법청문회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영철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는 “금감원과 금융위는 정무위 소관인데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증인을 불러야 한다”고 맞섰다.
안행위 입법청문회는 19일 열리지만 18일 있을 기관업무보고 자리에서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금융당국 기관장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면 청문회 일정을 조정할 의사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3일 입법청문회를 여는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는 주요 기관증인으로 최문기 미래부 장관, 이경재 방통위원장,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KSIA)장을 선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소관업무만 다루겠다는 방어적 자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각종 금융정보가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 퍼져 있는데 기술적인 부분만 법제화하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방위 소속 최민희 의원은 “신용평가회사들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