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놨다. 지난 1년간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줄곧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던 ‘구원(舊怨)’들이 사실상의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켜켜이 묻어난 것이다. ‘의회중심주의’라는 단어를 여러차례 반복 강조하면서, 지난해 석달 넘게 진행했던 김한길 대표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사실상의 퇴임사 자리인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전 원내대표는 지난 1년간을 회고하며 “야당은 내부 강경노선과 선명 투쟁주의가 계속돼왔다. 민주주의 복원을 본빌적 DNA로 하는 야당으로서 강력한 투쟁 요구가 빗발친 시기에 원내대표였다는 점에서 어려운 시기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저의 변치않은 대 원칙은 의회중심주의였다. 국회가 제1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의 장이라는 믿음이다”며 “의회가 가장 효과적인 제 1 야당이고, 국민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점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국회를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의회중심 국회중심은 저 전병헌의 신념이고 문제해결의 출발지였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 의회주의를 온건타협주의나 강경투쟁의 반대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고 심각한 오해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낡은 프레임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지난해 여름 장외투쟁을 이끌었던 김한길 대표를 향한 메시지로 분석된다. 실제로 장외투쟁 당시 전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김 대표의 의지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의원들은 전 원내대표의 장외투쟁 ‘반대’에 대해 “원내대표가 당 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장외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당의 중심이 당대표에게로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같은 해석을 막기위해 제시한 것이 ‘의회주의자’라는 설명이다.
전 원내대표가 ‘온건타협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한 것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 원내대표는 친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한 강경파의원들로부터 적지않은 원성을 들어왔다.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실리도, 명분도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기초연금법과 관련 ‘이미 2월달에 처리해주기로 최경환 원내대표와 다 짜맞춰놨다’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성과를 조목조목 강조하면서도 “아쉬움도 많다. 선명성과 투쟁을 통해 당내 벽을 완벽하게 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여야가 일상적 협의와 담판을 통해 국회 운영을 정착하고자 했는데, 이 또한 종박 불통의 가시밭길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연금법안 처리와 관련해선 “차마 아이를 죽게할 수는 없었던 솔로몬의 재판정에 선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기초연금 처리를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단 과정에서 절대 다수 의원들이 힘을 모아주신 것을 깊이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초연금법 처리와 관련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김용익 의원에 대해 ‘복귀하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타협주의 지적’에 대해선 “국회와 의회가 가장 강력한 투쟁의 장이고 수단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노력을 다했다”면서도 “우리 지지자들이나 강성 의원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상식의 눈에 비춰 봤을 때 그렇게 민주당이 호락호락했거나 만만하게 운영을 하지는 않았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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