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논란 되레 역풍” 선비정신
“현실 못읽으면 필패” 상인감각

‘선비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대립하고 있다. 경상남도 도지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김경수 후보와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의 단일화를 두고서다. 당 지도부는 ‘선비정신’에 무게를 두고 단일화 반대를, 김 후보는 ‘현실감각’에 무게를 두고 단일화 성사를 주장하고 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과는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김 후보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진당과 야권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종북 논란’ 불씨가 당 전체로 옮아 붙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종북 논란이 재차 점화될 경우 전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당 지도부가 단일화 반대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지난 25일 “당은 단일화에 대해 대외적으로 반대를 천명한 만큼 김 후보가 책임있고, 지혜롭게 잘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고, 한정애 대변인 역시 “진보당과의 선거연대는 없다는 방침은 불변”이라고 지난 24일 밝혀둔 상태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현재 진행중이고, 통진당이 언제 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간 역풍이 적지 않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정서는 다르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모임 ‘연대와 희망을 위한 경남연석회의’는 지난 25일 김 후보와 강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두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라 강조했다. 후보 단일화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필패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새누리 독주를 끝내기 위해 경남 야권 전체가 힘을 합해야 한다. 경남지역 여론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후보의 주장에 대해 문재인 의원이 힘을 실으며 당내 대립 구도가 ‘친노 대 지도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의원은 지난 25일 “안철수·김한길 대표도 (단일화하는 데) 공감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지도부는 “의견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밝혔다.

관건은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룰 경우 새누리당 홍준표 현역 경남지사를 누를 수 있느냐 여부로 모인다. 홍 후보는 현역시절 진주의료원 폐쇄 등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지만 지역에서의 홍 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40~50%대에 이른다.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 해 홍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냐는 ‘선비’와 ‘상인’ 갈림길에서의 또다른 변수로 분석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