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기대밖 지역민심 못넘어
선거 전 여야를 바짝 긴장시켰던 무소속 후보들의 돌풍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부산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추격을,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따돌렸다. 여야는 상대 당의 ‘심장부에 균열’이 나기를 기대했지만, 선거에 임박해 결집한 지역 민심은 무소속 후보들의 최종 당선까지는 허용치 않았다.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부산 시장 선거에선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오 후보를 물리치고 최종 당선됐다.
오 후보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야권인사로 분류되지만, 새정치연합에 입당을 거부한 채 무소속으로 선거 끝까지 완주했다. 오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서 후보를 4~5%까지 따돌리면서, 무소속 돌풍을 예고했고 이에 놀란 새누리당 지도부는 부산에 직접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만큼 부산 시장 선거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최종 선거 집계 결과 오 후보는 서 후보에 1.3% 차이로 석패했다.
광주 시장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출구 조사 결과와 최종 집계 결과가 같았다.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는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 26.1%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이면서 넉넉하게 이겼다.
이는 ‘전략 투표’를 하는 광주 시민들의 투표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광주에선 여론조사가 의미가 없다. 여론조사에선 A후보를, 실제 투표에선 B후보를 찍는 시민들이 많다”며 “이번엔 ‘광주를 쉽게 보지 마라’는 의사가 여론조사에 반영됐고, 실제 투표에선 ‘그래도 한번 더 해보라’는 안철수 대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후 광주를 찾았다가 계란 세례를 받은 차량 내에 수십분간 갇혀 있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엔 매 주말마다 광주를 찾아 ‘성난 민심’을 달래야 했다. ‘우리가 봉이냐’, ‘안철수는 김대중이 아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선거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광주 시민들은 안철수 대표에 대해 ‘한번 더 해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5ㆍ18 강령 삭제’ 제안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광주 시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