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경기 지사직 ‘수성(守城)’과 인천 시장직 탈환에 성공한 새누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선거 직전 정국을 강타한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전패 위기를 보란듯이 넘어섰단 해석이다. 부산시장 자리도 지켰다. 그러나 충청지역 광역단체장 4석을 모두 내줬다는 점은 뼈아프다.
새정치민주연합측도 열세지역이었던 대전시장과 경합지역이었던 충북 지사, 강원 지사 선거에서 이겨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시장 선거에서도 ‘안(安)의 남자’ 윤장현 후보가 당선돼 고민을 덜었다. 여야모두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결과가 나오면서 여야의 ‘진검 승부’는 7월 열리는 보궐선거로 미뤄졌다는 해석이다.
4일 열린 전국동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개표결과 새누리당은 경기ㆍ인천ㆍ부산ㆍ대구ㆍ경북ㆍ경남ㆍ울산ㆍ제주 등 8곳 선거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ㆍ강원ㆍ충북ㆍ충남ㆍ대전ㆍ세종ㆍ전북ㆍ광주ㆍ전남 등 9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겼다. 직전 현역 광역단체장과 비교하면 새누리당 입장에선 인천 시장직을 가져온 대신 세종시 시장직과 대전 시장직 두곳을 내줬다. 현재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연합이 8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야 광역단체장 숫자가 기존 ‘9 대 8’에서 ‘8대 9’로 역전된 것이다.
결과만 놓고봤을 땐 여야 어느측도 ‘완패’ 또는 ‘완승’을 얘기할 수 없는 절묘한 균형점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통상 지방선거의 성격이 ‘정권 심판’ 구도하에 치러졌다는 관점에선 새누리당의 선방이 돋보이지만, 역대 선거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점해왔던 중원(충청 광역단체장 4석)을 새정치연합측이 싹쓸이 했다는 점에선 야당 측도 ‘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명쾌한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균형 결과’가 나오면서 직전까지 진행됐던 여야의 첨예한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단 점은 우려스럽다. 우선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와 관련한 여야의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조 증인 참여 여부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대규모 개각에 따를 후속 인사에서도 여야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대치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같은 대치 국면은 7월 30일 열리는 보궐선거에 대한 준비 성격이 짙다. 오는 7월 보궐선거에는 적게는 12곳, 많게는 16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과반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 투표’ 성향은 여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짝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투표 행태가 여야 텃밭 지역에선 여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광주시장 선거에선 전략공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는 2위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비교적 넉넉한 표차(26.1%p)로 누르면서 ‘광주가 봉이냐’던 당의 전략공천 반발이 무색해졌다. 부산 시장 선거에선 ‘친박 핵심’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 ‘신승’을 거뒀고, 대구 시장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를 비교적 여유있는 득표차(15.6%p)로 따돌렸다.
한편 지방선거 투표율 기준으론 이번 선거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56.8%를 기록했다. 1회 투표율(68.4%)보단 낮았지만, 2회(52.3%), 3회(48.8%), 4회(51.6%), 5회(54.5%)보다 높은 수치다. 사상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에 사전선거가 도입된 것이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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