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 ‘파동’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당내 차기 대권 주자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재선 이후 야권의 대통령 후보 1위를 기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천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선거 국면에서 존재감 없던 문재인 의원은 되레 호재가 됐다. 반면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 결과를 온몸으로 맞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손학규 상임고문은 수원 선거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놓여져 있다는 평가다.
우선 안 대표는 ‘공천 태풍’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당 통합(3월 26일) 이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표의 권한이 강해진 것이 원인이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커지게 되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안 대표의 당내 입지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가 관심이다.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7일째 당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중이고, 지난 8일 불거진 ‘회견장 난입’ 사건도 안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냈다는 평가다. 출마를 고심중이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도 야당의 공천파동을 보면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금태섭 카드를 버리면서 나름의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허 전 위원장 사태가 크게 번지면서 안 대표 책임론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원순 시장은 ‘유탄’을 맞은 격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서울 동작을에 기 전 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박원순의 선거’로 만든 탓이다. 당 지도부는 박 시장 바람을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쳤고, 박 시장 역시 기 전 부시장의 공천에 대해 ‘당에서 내린 결정이다’며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동작을 사태가 커지면서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고 기 전 부시장이 낙선할 경우 박 시장의 차기 대권 행보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표 확장성’에 의문 부호가 붙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한길 공동대표가 ‘책임 분산’을 위해 박 시장을 선거에 끌어들였다는 설도 나돈다. 그러나 기 전 부시장의 출신이 ‘김근태계와 486’으로 묶여 ‘원조 박원순 맨’이라 분류하기엔 한계가 있고, 공천은 결국 당 대표의 결정이기 때문에 대권 악재로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의원은 ‘공천 태풍’의 진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선거에 대해 이렇다할 역할이 없었고 당 지도부의 공천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지도부 최고위원 가운데에도 ‘친노계’ 인사는 없다. 잠재적 당내 대권 경쟁자인 안 대표도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공천 파동에 몸을 흠뻑 적신 상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무작위)’이 되레 호재가 된 형국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당 지도부와 ‘486’ 사이의 대립각 구도가 형성되면서 손 안대고 코를 풀게 된 형국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차기 대권에 출마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 하락은 문 의원으로서도 경계해야할 지점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이번 선거는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가르는 주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박원순, 안희정 등 신진 대권 인사들이 유력 대권 잠룡들로 거론되면서 ‘대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 측근들이 ‘팔달 출마’를 권유한 것도 당 내에서 대권 주자급 역할을 해야 대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손 고문은 팔달에서의 당선은 물론, 수원정(영통)이나 수원을(권선) 지역 선거도 이끌게 된다. 수원의 3곳 선거구 가운데 두 곳을 이겨야 ‘본전’, 3곳을 이기면 차기 대권 주자로 ‘직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경우 스스로 ‘어려운 곳’을 택했다. 여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김포에서 당선될 경우 그의 대권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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