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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제 개혁’…‘불씨 당겼지만…‘여야는 시큰둥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하고 나섰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석패율제에 기반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지만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평가다. 여야 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도 선거구제 개혁의 걸림돌로 평가된다.

정 의장이 도입을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2~3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현재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한명만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중대 선거구제가 도입되면 2등이나 3등 후보도 당선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현재의 소선거구제 지역구를 묶어야 한다.

가뜩이나 총선 직전마다 불거지는 ‘게리멘더링(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고려해 선거구를 떼내거나 분리하는 행위)’이 판치는 마당에 지역구 통합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국 246곳의 지역구에서 이 작업을 하는데에는 현직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직 의원들은 자신이 승리한 지역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역주의를 없애는 방편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국회 내에선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시큰둥하다. 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큰데, 이유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중대 선거구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성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선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300석 의석 가운데 절반인 150석을 비례대표로 만들고, 이를 정당 득표율 대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컨데 새누리당이 50%, 새정치연합이 40%, 통합진보당이 5%, 정의당이 5%의 정당 지지율을 획득했을 경우, 새누리당은 75석을 새정치연합은 60석을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7.5석을 각각 나눠갖는 방식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법률 개정사안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를 비켜갈 수 있고, 국회의원들의 동의만으로도 제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현역 의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건이다.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재선 가능성을 담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것이 선거제도 개선의 ‘딜레마’라는 평가다.

단적으로 지난 정 의장의 선거제도 개선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단 한줄의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그나마 정의당만 박원석 원내대변인 명의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즉시 착수해야 할 것을 여야 정당에 촉구한다”며 환영 논평을 내놨다. 거대 양당의 무관심 탓에 선거제도 변경 논의는 공전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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