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비상’ 상황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문재인 의원이 어떤 형태로 등판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직접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느냐, 2선 지원을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친노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내년 1월 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한 상황에서, 올해 연말께 취해질 문 의원의 거취 선택에 정치권이 숨을 죽이고 있다.
현재까지 문 의원 입장은 유보적이다. 그는 지난 4일 “저도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해 김한길ㆍ안철수 전 공동대표만의 책임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문 의원 본인 스스로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친노계 내에선 문 의원이 차기 당대표에 출마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 한 친노계 의원은 “당의 구심점을 정확히 잡기 위해서라도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 비대위는 혁신의 방향과 원칙을 잡고, 실행은 차기 당대표가 맡아야 한다. 의원 다수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노계 의원도 “무기력증에 빠진 당에 힘을 불어넣으려면 문 의원 등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 의원이 조기등판할 경우 당의 대권 주자에 ‘상처’가 많이 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오는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입을 정치적 상처가 크고, 이럴 경우 2017년 대선에서도 패배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판단이다. 문 의원의 조기등판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2선 지원론’으로 이어진다. 당대표를 다른 의원이 맡고 문 의원은 대선에 집중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의원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계파 갈등’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당권 주자와 대권 주자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당헌은 ‘당권 대권 분리 조항’을 규정하고 있어, 문 의원의 등판에는 당헌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럴 경우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추미애 의원 등 당권 후보들과의 합종 연횡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겸임하고, 전당대회 개최 일정이 내년 1월께로 늦춰지면서 당권 주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시점도 오는 10월 이후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 의원을 중심에 둔 새정치연합의 당권 경쟁 구도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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