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50만명의 서명도, 30여명 야당 의원들의 금식도 무용했다”
지난 7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다. 유족들이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는 없었다. 야당의 ‘배수진’이었던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진다’는 조항도 없던 것이 돼버렸다. 출석 증인은 ‘미정’의 영역으로 남았고 유족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내몰았던 대합입학지원은 의결됐다.
지난 7일 이완구ㆍ박영선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의 시작은 첨예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꽉 들어찼다. 포문의 시작은 박 원내대표가 열었다. 그는 “듣기 언짢더라도 들어달라”고 말머리를 꺼내 새누리당 측의 ‘카카오톡 공작’을 화두로 올렸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장”이라 반박했다.
감정은 더 격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말 않으려다가 한다’며 박 원내대표가 ‘없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고, 박 원내대표는 “문장이 끊어져 있다”고 반박했다. 격해진 상황을 바로 잡느라 끼어들었던 김영록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원내 수석은 빠지라’는 반응에 머쓱해졌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보여진 첨예한 대립 탓에 이날 합의는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 후 1시간여만에 여야는 합의문을 들고 나왔다. 진상조사위 17명 중에 유족 추천인사 3명이 포함되는 것이 야당측 요구가 반영된 전부였다.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갖는다는 조항도 빠졌다. 예상 외였다.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개 회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음을 유추키는 어렵지 않다.
이날 여야 합의에 대해 세월호 유족들은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비판했고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는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거친 설전과 비공개 회의, 그리고 합의문 발표 직전 이 원내대표의 악수 제안을 거부하는 박 원내대표의 일련의 모습에 ‘외강내유’ 단어가 겹친다.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선 강하고, 비공개 회의에선 부드러운 것이 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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