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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족과 새누리당 사이… 박영선 리더십 시험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반대는 새누리당이 하는데, 욕은 새정치연합이 다 먹네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 여야 합의안 도출, 추인 불발, 유족 설득이라는 절차가 반복되면서 그의 정치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은 지(8월 4일) 불과 2주 남짓 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이른 오전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을 하는 천막을 찾았다. 세월호 유족 총회가 시작되기 전 지난 19일 합의 발표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유족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유민 아빠를 만나달라, 대통령이 만나주시면 유민 아빠가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보고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한다’는 발언을 하겠다고 하니 유민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유족들의 재재협상 요구에 대해선 “그건 못한다고 말씀 드렸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광화문 유족 면담이 길어지면서 이날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됐던 정책조정회의는 10시로 연기됐다.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것은 그의 운신의 폭이 지극히 협소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새누리당의 반대가 거세고, 중재안으로 꺼내든 특별검사 임명 과정에 야당과 유족측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합의안에 대해선 유족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도 박 원내대표를 밀어붙인다. 지난 19일 밤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 다수는 “유족들 합의가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재합의문에 대한 의총 추인도 유족 설득 이후로 보류됐다. 박 위원장이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진 형국이다.

새누리당에선 ‘당내 설득도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야당이 알아서 할 일’이란 반응이다. 두번의 합의안 도출(7일ㆍ19일)에도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가 당내에서도 당밖(세월호 유가족)에서도 스스로 서명한 합의안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다. 박 원내대표는 재협상 결정이 났던 지난 11일 의총에서 당내 다수 의원들이 제시한 ‘유족들 동의가 우선’이란 가이드라인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박 원내대표가 뒤늦게 이날 이른 아침 광화문으로 직접 가서 유족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유족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의 ‘단식 행렬’도 박 원내대표의 발밑을 파고 든다. 최근 초재선 의원 10여명이 유족들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에 들어갔고, 문재인 의원도 ‘내가 단식하겠다’는 주장했다. 문 의원은 1차 합의(7일) 발표가 있은 직후 ‘유족 동의가 우선’이라며 사실상 합의안 파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당내 의원들의 이같은 행동은 박 원내대표의 ‘선택지’를 크게 좁혀놓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의당 의원들도 이날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한편 세월호 유족들은 이날 중으로 총회를 열어 19일 합의안에 대한 최종 입장 정리에 들어간다. 세월호 유족측 유경근 대변인은 전날 합의안에 대해 “교묘히 유가족을 끌어들여서 모양새만 그럴듯하게 갖춘 합의다. 저는 반대한다. 안 속는다”고 밝힌 바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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