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세월호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두 차례나 세월호특별법 합의 파기 위기에 몰린 새정치민주연합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역할론까지 제기하자, “비난을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거듭된 합의 무산으로 스스로 입지를 좁힌 야당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21일 윤영석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날 야당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모든 논쟁이 세월호특별법에서 출발한 것이다. 당연히 관련 협상을 하고 있는 국회에서 풀어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야당이 청와대 역할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 그런것 같다”며, 대통령 역할론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전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중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면담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유민 아빠의 단식을 멈추게 해달라”며 재협상안 처리에 청와대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재협상 이전 당내 중진 오찬에서 “여당이 청와대를 너무 의식해 협상이 힘들다”고 말하며 청와대가 협상 방향을 지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8ㆍ7 합의가 무산된 뒤 야당 내에서는 김무성 대표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당시 여야 원내대표 카운터파트였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대표는 “정치력이 출중한 김 대표가 풀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역할론과 관련해 청와대는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도 협상 차질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개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정치권 밖에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결단이 세월호 특검법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족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현 특검법 구도상 성역없는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까지 조사대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니 만큼, 유족들의 의심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며 법의 테두리가 아닌 정치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6년 사학법 파동 때도 대통령이 여야를 청와대로 불러 문제 해결했던 전례가 있다. 유족들이 이제 청와대, 여당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키를 쥔 대통령이 응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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