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정계 입문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자천타천 ‘여성 대통령’의 꿈도 멀어질 판이다. 재협상안 마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대’입장을 표하면서 전진도, 후퇴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재협상안 추인이 의원총회에서 보류된 뒤인 지난 20일 이른아침 세월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중인 광화문 농성장을 찾았다. 같은날 오후에는 유족 총회를 찾아 협상과정을 소상히 설명하며 유족 설득에 나섰다. 김 씨 앞에선 무릎을 꿇었고, 유족 총회에 참석했을 때엔 “적과의 동침이냐”는 따가운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당내 의원들로부터도, 세월호 유족들로부터도 재협상안이 거부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합의를 했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박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스스로 ‘재재협상 불가론’을 밝힌 가운데 어렵사리 도출한 재협상안을 파기할 경우 두 번이나 합의를 뒤집는 셈이 되고, 그렇다고 해서 유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어 외통수에 몰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당장 의총을 재소집,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기 보다는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유가족 및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며 의견을 모아가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21일 오전 비공개 당직자회의 후 국회 브리핑에서 “유가족과 국민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총의를 모아갈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재재협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 뒤 “유가족의 최소한 양해를 전제로, 유가족이 공감할 안이 무엇인지 법조계, 시민사회 단체 등과도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냉각기’란 말도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로 출근했지만 본청에서 열린 당 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국회내 다른 장소에서 일부 인사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의 주변 여건상 박 원내대표가 미궁 속에 빠진 세월호정국의 출구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협상안이 장기 표류할 경우 박 원내대표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당장 비대위원장을 맡을 만한 인물을 선정키도 어렵다. 당 안팎에선 박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못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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