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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R&D현장을 가다> 거리 더럽히는 껌자국 안녕~...분해 쉬운 친환경껌 만든다
〈2〉롯데그룹 중앙연구소 스위트팀
식후 입가심용-심심풀이용 옛말
커피·스마트폰이 대체재로 위협

20대 여성용 패셔너블한 껌 목표
치매예방 등 기능성껌 연구 확대
껌+캔디 결합시킨 신제품 대박도



“껌의 대체재는 커피, 그리고 스마트폰입니다.”

껌을 씹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식후 입가심으로 껌을 씹는 대신 커피를 마시고, 심심할 새가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심심풀이용으로 껌을 씹는다는 것도 옛말이 된 것.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롯데중앙연구소의 스위트(Sweet)팀은 이를 반전시킬 신제품을 연구하느라 오늘도 달콤한 향에 둘러쌓여 하루를 시작한다. 껌과 캔디를 함께 연구하는 스위트팀을 이끄는 전진경 팀장은 1996년 입사 후 줄곧 껌과 캔디를 연구한 전문가다.

전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껌은 더욱 안사게 된다”라며 “급격히 늘어난 커피문화를 껌의 침체 요인으로 꼽는 국내와 달리 일본에서는 껌의 대체제가 스마트폰이라는 연구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롯데중앙연구소의 스위트(Sweet)팀. 껌과 캔디를 함께 연구한다. 사진 가운데가 전진경 팀장.

껌의 매출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껌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제과는 지난해 껌 매출액이 1533억원에 달한다. 자일리톨껌의 폭발적인 인기로 2000억원이 넘었던 10여년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껌 시장이 침체되면서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기능성껌이다. 영국 데이터모니터 컨슈머에 따르면 기능성껌은 이미 전세계 껌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 한 해에만 4%의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 4위 껌 생산 업체인 롯데제과는 스트레스 해소, 치석 제거, 충치예방, 치아미백, 졸음 방지, 치아에 달라붙지 않는 껌 등 다양한 기능껌을 생산해왔다. 전 팀장은 “고령층을 겨냥한 치아와 관련된 제품 등이 향후 나아갈 방향 중 하나”라며 “저작작용이 뇌신경을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고 릴랙스효과를 준다는 등 껌의 긍정적 기능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기능성 껌을 개발할 때는 누구나 알만한 원료에 알만한 기능을 넣는 것이 좋다. 가령 자일리톨 매스틱은 치주염과 치은염까지 예방하는 기능이 있지만 식품법상 이를 표시할 수 없다. 즉 비타민C 첨가처럼 소비자들이 그 효능을 쉽게 알 수 있는 원료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전 팀장은 “누구나 다 알만한 원료로 재료도 한정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껌은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맛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능성껌과 함께 세대별 타깃을 공략하기 위해 패키지도 신경쓰는 분야로, 20대 여성들이 핸드백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닐만한 패셔너블한 껌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는 껌도 예외가 아니다. 츄잉껌 베이스의 원료는 천연치클이지만 고분자라서 잘 분해가 되지 않는다. 거리 바닥을 더럽히는 껌자국은 이 때문. 전 팀장은 “환경쪽 이슈가 커짐에 따라 껌도 뱉고 난 뒤에 분해가 쉽게 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유럽에서 이런 제품을 준비중인데 시장을 지켜보고 우리도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안에 잔여물이 남는 것을 껌으로 구분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 인체 내에서도 분해가 잘돼 삼켜도 되는 껌이 나온다면 미래에는 껌의 구분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또 껌과 캔디의 컨버전스 경향도 주목할만한 트렌드로 꼽힌다.

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프트캔디 말랑카우도 스위트팀의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말랑카우는 입소문을 타고 탄력이 붙어 지난 8월 출시된지 8개월 만에 누적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그간 정체돼 있던 소프트캔디 시장에 단숨에 활기를 불러온 것. 특허받은 에어레이션 공법을 적용해 폭신폭신한 느낌으로 차별화한 말랑카우는 침체된 시장에서도 경쟁력있는 제품은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국내 시장 침체에 따라 껌의 해외진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껌 속에서 꿀이 터져나온 스파우트껌이 중동지역에서 대박난 것처럼, 신흥국 시장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껌 종류는 크게 미국, 유럽 , 아시아 쪽으로 나누는데 곡류 중심 식문화로 턱근육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아시아 껌이 가장 부드럽다. 또 일본과 대만은 습기가 많아 민트 청량제품이 잘 나가고, 국내는 사과, 딸기, 포도, 오렌지 같은 과일맛이 인기다.

전 팀장은 “껌 맛은 껌베이스, 치클부터 해서 회사마다 다 다른데 해외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씹어보면서 변화를 체크한다”며 “국내 시장도 자일리톨껌 이후에 청량감을 선호하는 쪽으로 조금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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