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51)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199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로 지금까지 중국에 120번이 넘는 출장을 다녀왔다. ‘K-뷰티’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아모레퍼시픽의 지금 모습은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며 세계를 누빈 서 회장의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 쟈딩구 마루쩐(上海市 嘉定区 马陆镇) 뷰티사업장에서 만난 서 회장은 “세계 무대에서 원대한 기업으로, 글로벌 톱5로 성장해가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국내 1위를 넘어 해외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50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지난 22일 서 회장의 보유 상장 주식 가치는 7조1338억 원으로 처음 7조 원을 돌파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국내 주식부자 2위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13개 국가에 4500개 매장이 있다. 올해 상반기 20.2%인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은 2020년 50% 달성이 목표다.
그는 “중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지역, 올해 첫발을 내디딘 인도 외에 남미까지 세계의 훌륭한 시장들을 하나하나의 기둥으로 키워나가 2020년에는 매출 12조원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그러나 숫자로 된 목표보다는 질이 먼저라고 항상 강조한다.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뒤 증권, 패션 등 문어발 확장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화장품에만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할머니가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던 시절부터 아버지 고(故) 서성환 회장에 이르기까지 내려온 품질경영은 아모레퍼시픽의 또다른 힘이다.
“제품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출시 전 제품을 거의 대부분 사용해봅니다. 마스카라만 실력이 없어서 못 쓰네요.”
항상 여유로운 모습을 가진 그는 사업에 있어서도 천천히 가는 듯하지만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중국 선양에서 시작해 10여년간 천천히 바닥을 다진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 아모레퍼시픽 차이나 설립 이후 연평균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남들보다 5년은 늦게 휴대폰을 사고, 문자메시지도 3년은 늦게 했을 겁니다. 지금이요?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침대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이죠.”
특히 서 회장은 아시안 뷰티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그는 “인간과 자연, 내ㆍ외면의 조화에 중점을 두는 아시안 뷰티가 세계를 이끄는 새 축”이라며 “서양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서로 다른 아름다움으로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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