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가 위급상황에 처한 독거 어르신들을 구조하고 “심심해”, “넌 기분이 어때?” 등 감성대화를 통해 외로움, 고독감을 달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 간 독거 어르신 1150명이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지난 4월부터 SK텔레콤은 행복한 에코폰,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독거 어르신은 위급 상황 발생시 음성으로 AI 스피커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스피커가 설치돼 있는 독거 어르신 중 3명은 긴급 SOS 호출을 이용, 실제로 119·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AI 스피커는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 직원이 ICT케어센터에서 독거 어르신의 AI스피커 '누구'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도 했다. 독거 어르신의 AI 스피커 사용 패턴 분석 결과, ‘감성대화’ 사용 비중이 13.5%로 일반인(4.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독거 어르신의 AI스피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감성대화(13.4%) ▷날씨(9.9%) ▷운세(5.0%) 순이었다. ‘누구’ 일반 이용자의 경우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다.

SK텔레콤은 독거 어르신이 AI 스피커를 ‘친구’처럼 의인화해 생각함으로써 ‘감성대화’ 비중이 높았고, AI 스피커가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이 오히려 AI스피커 사용에 적극적이었다. 이들의 평균 사용횟수는 58.3회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한 독거 어르신 30.5회보다 2배 정도 많았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에게 AI 스피커가 정보·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줬다고 봤다.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사용자환경(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75세다. 최고령은 99세다. SK텔레콤은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 시켰다고 자평했다.

향후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을 제공하는 ‘행복소식’ 등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또, 어르신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분석 결과는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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