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보다 정체성에 신경쓰는 10대 특징 때문” 분석도
지난 12일 서울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김용재 인턴기자] “딩동”. “딩동”. 고등학교 3학년 한모(18) 군의 휴대전화 메신저 수신음은 “카톡”을 수시로 울려대는 여느 사람의 그것과 달랐다. 한 군은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친구들과 수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모님이 언제 ‘맛폰(스마트폰)’을 보실지 모르잖아요. (부모님은)카톡은 해도 페북(메신저)은 안 하시거든요.”
국내 모바일 메신저의 대명사가 돼 버린 카카오톡 대신 ‘대안 메신저’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는 10대가 늘고 있다. 한 군의 사례처럼 부모의 ‘감시’를 피해 메신저를 갈아탄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변화가 세대 차이에 따른 메신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5월 한 달간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2만3000명을 표본으로 모바일 메신저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카카오톡 사용 시간 점유율은 한 달 동안 89.7%에서 87%로 2.7%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10대의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시간 점유율은 8.1%에서 9.9%로 1.8% 증가했다. 13~18세 청소년이 전체 페이스북 메신저 가입자의 23.3%를 차지하고 있었고, 총 이용 시간 비중은 60.3%에 달했다.
물론 카카오톡의 국내 모바일 메신저 사용시간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고 올해 6월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44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10대만큼은 ‘탈(脫) 카톡’ 조짐이 보이고 있다.
13일 헤럴드경제가 10대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부분 10대에서 카카오톡 외에도 페이스북 메신저도 사용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 결과 ‘카카오톡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또래 메신저’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10대가 절반 가까이 됐다.
10대 청소년 200명 대상 설문조사. 카카오톡 외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헤럴드경제 설문조사] |
▶10대 “페이스북 메신저가 더 매력적”=10대들이 대안 메신저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찾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먼저 ‘챗헤드’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억지로 끄지 않는 이상 동그란 프로필이 화면에 유지돼 즉각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실시간 소통을 원하는 10대들에게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일부 이동통신 업체는 10대(2001~2006년생)들에게 페이스북 메신저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중학생 박모(14) 군은 “단체 카톡방보다는 단체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방이 대세”라며 “페메는 친구가 들어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안 쓰면 친구들과 소통을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번호 교환하는 일이 드물다”며 “페이스북은 모르는 친구와 대화 나눌 수 있다는게 큰 메리트”라고 덧붙였다.
부모님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란 의견도 많았다. 고등학생 강모(16) 군은 “페메는 카톡과 달리 지웠다가 다시 설치해도 이전 기록이 남는다”며 “엄마가 ‘폰 검사’ 할 때 잠깐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이 같은 제자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0) 씨는 “애들도 카카오톡은 부모님이 종종 검사하는 경우가 많고 이모티콘이 무료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쓴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뿐 아니라 요즘은 유튜브로 소통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부모 “과도한 스마트폰·SNS 사용 중독 걱정”=부모들도 이미 자녀들이 페이스북 메신저 등 ‘대안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용이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학생 아들을 둔 김모(45) 씨는 “요즘 애들 사이에서 카톡보다 페메가 대세라는걸 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무 빠질까 걱정이다”면서 “솔직히 아들 페이스북에 들어가 본 적 있는데 프로필 빼고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예 스마트폰 기능으로 앱 사용 시간을 보려는 부모도 잇었다. 초등학생 딸을 둔 남모(41) 씨는 “학부모들은 요즘 자녀에게 아이폰을 많이 사 준다고 들었다”며 “아이폰의 ‘스크린타임’ 기능으로 앱 사용 시간과 용도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있다”면서도 “스마트폰이 아이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 때문에 부모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일부 “메신저에서도 세대 차 나타나는 방증”=이에 대해 메신저에서도 세대 차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 밴드는 폐쇄적인 어른들이 쓰고 인스타그램은 젊은 여성들이 많이 쓴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냐”며 “유튜브도 메신저 사업에 눈독 들이는 상황이라 메신저 시장은 앞으로 급변하게 될 것이고 세대 차이도 심화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튜브 메신저는 유튜브에서 지난해 1월 시작한 서비스로, 유튜브 계정끼리 친구 추가를 맺으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유튜브 기반 메신저라 동영상 보내기에 용이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를 10대의 특징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이 일종의 세대 차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커뮤니케이션보다 정체성 표현에 신경을 쓴다”며 “그들의 자신을 표현하는 콘텐츠, 메시지, 사진 등 다양한 히스토리가 있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좋아하는 건 필연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yj19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