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지식구매는 무려 4배 차이
추격형 전략 아닌 질적도약 절실
한일 경제 갈등을 계기로 국내 소재 및 제조업 혁신이 재차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으로 주요 국가 제조업의 혁신 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전반적인 항목에서 일본에 완벽히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작성한 ‘2015 UIS 혁신 데이터 수집 요약 보고서’에서 한국은 혁신기업 비중, 4대 혁신부문, 주요 혁신 활동 등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일본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기업 혁신을 측정하고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오슬로 매뉴얼을 고안해,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자국 기업 혁신을 측정하고 있다.
유네스코 통계 전문 기관인 UIS(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는 각국 혁신 조사 결과를 수집해 2017년 3월 발표했고, 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8 한국 기업의 혁신 활동 현황-제조업 부문’ 자료를 통해 최근 일반에 소개됐다.
기존 제품에 비해 완전히 다르거나 크게 개선된 제품을 출시해 매출에 영향을 준 제품혁신을 달성한 기업 비중의 경우 한국은 17.1%로 일본(19.6%)에 밀렸다.
물류에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생산 및 물류비용 절감, 품질 향상에 영향을 준 공정혁신 비중 또한 한국은 7.4%에 그친 반면 일본은 20.2%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업 내부에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을 실제 도입한 조직혁신과 디자인 및 판촉 등 마케팅에 큰 변화를 도입한 마케팅혁신 모두 일본이 한국보다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4대 혁신 중 하나 이상의 혁신을 실제로 달성한 기업의 비중을 측정하는 혁신기업 항목에서 한국은 19.4%로 일본(28.5%)에 10%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제조기업이 혁신 활동을 위해 기계장비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비중도 한국은 42.5%로 일본(49.1%)보다 낮았고 외부에서 지식을 구매하는 비중은 한국이 11.6%인 반면 일본은 52.2%로 일본이 한국을 압도했다.
특히 일본은 외부 지식구매 비중이 전체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고, 기자재보다 외부 지식을 더 많이 구입한 유일한 국가였다.
한국 제조기업은 내부 R&D 비중이 81.9%로 일본(55.9%)보다 높았지만 외부 R&D 비중은 14.3%에 불과해 일본(23.2%)보다 낮았다.
혁신 저해 요인에 대한 답변으로 국내 제조기업들은 내부자금 부족(29.8%), 외부자금 부족(9%) 등으로 응답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각각 11%, 5.2%에 그쳐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보다 자금부족에 대한 부담감이 낮은 것으로 풀이됐다.
강희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제조기업은 추격형 전략으로 성장했던 시기와는 다른 혁신 활동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기로 기업은 협력 파트너 다양화 등 질적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혁신 저해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