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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고 무더기 취소] 올해 자사고 평가 마무리…평가항목·내용 두고 논란 증폭
기준점수 제각각…지표별 점수 비공개 등 ‘깜깜이 평가’ 논란
교육감-교육부 책임 회피…내년엔 더 큰 혼란 예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서울·부산지역 자사고 지정취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교육부가 2일 서울·부산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0곳에 대해 지정 취소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자사고 평가 절차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땜질식으로 만든 제도 탓에 8개월간 갈등과 혼란이 반복됐다. 내년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까지 재지정 평가 대상이라 더 큰 혼란이 예상되지만, 당국은 법·제도 개선은 내년 이후에 공론화에 부치기로 해 당분간 논란을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평가 결과 서울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10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여기에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와 전북 군산중앙고도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역시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전북 익산 남성고와 대구 경일여고까지 포함하면 전체 42개 자사고 중 33%인 14곳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셈이다.

8개월에 걸친 지정취소 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재지정평가 대상인 학교와 학부모는 교육당국과 끊임없이 반목했다.

절차는 시·도 교육감이 평가 기준·지표 설정(12월)→학교가 교육청에 자체 평가보고서 제출(3∼4월)→교육청이 평가한 후 재지정 또는 지정취소 교육부 동의 요청(6∼7월)→교육부의 최종 동의 또는 부동의(7∼8월) 순서로 이뤄졌다.

자사고와 학부모 측은 단계마다 거세게 반발했고, 논점은 점점 해당 학교가 자사고 취지대로 운영되는지보다 교육청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맞춰졌다.

특히 상산고의 경우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지정취소가 위법했다며 구제했지만 자사고로 재지정될 만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인지는 정작 물음표로 남게 됐다.

교육청의 ‘깜깜이 평가’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청에 따라 지표별 점수까지 모두 공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최종 점수만 공개한 곳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자사고를 대거 지정취소하면서 각 학교의 최종 점수는 물론 어떤 지표에서 얼마나 감점됐는지 등을 모두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평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교육부가 2일 세화고 등 서울 9개 고교와 부산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면서 이 학교들의 일반고 전환이 일단 확정됐다. 이날 자사고 지정취소가 결정된 서울 서초구 세화고 모습. [연합]

이같은 논란도 교육당국이 ‘땜질식 처방’으로 자초한 것이다.

기존 법령은 교육청과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를 ‘협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4년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이를 막기 위해 법령을 고치면서 ‘교육청 평가→교육부 동의’라는 이중 절차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은 형식만 지키면 의지에 따라 관할 자사고 존폐를 좌우할 수 있고 교육부는 최종 동의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학교평가 기준이나 과정에 대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내년에도 서울 8곳을 비롯한 12곳의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어 혼란이 우려되지만, 교육 당국은 평가 제도를 바꿀 계획이 없다.

내년에는 특수목적고 10곳도 함께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한성과학고·대원외고·한영외고·대일외고·명덕외고 등 20여년 이상 ‘명문’으로 자리 잡은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여기에 포함된다.

평가 규모가 더 큰 탓에 갈등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북처럼 재지정평가 통과 기준점을 다른 시·도보다 높게 잡아 형평성 시비가 일거나, 서울처럼 평가 세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평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당국은 현행 제도가 ‘교육 자치’ 관점에서 적절한 역할 분담이라는 입장이다. 시·도교육감이 각 지역 상황을 고려해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교육부는 평가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만 심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서는 교육 당국과 학교·학부모의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비교육적일뿐더러 결국 일부 자사고·특목고는 수명을 5년씩 연장하는 구조라 정책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수월성’ 교육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면 애초에 법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외고라는 학교 유형 자체를 없애서 ‘형평성’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어야 하지만 교육당국은 이런 방법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 완전 폐지 여부는 국가교육회의나 이르면 내년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공론화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와 내년 재지정되는 학교들이 2024∼2025년까지 자사고·외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만큼 2025년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를 없애면서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속내다.

하지만 만약 공론화에서 국민 여론이 자사고·외고 유지 쪽으로 기울거나 잠정 보류하는 식으로 결론 난다면 고교학점제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고 자사고·외고 존폐 및 수월성·형평성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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