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 뒤늦게 정정·사과에도 현지서도 “의도 의심”
일본의 지상파 채널 TV아사히의 종합 뉴스 프로그램 ‘와이드! 스크램블’이 지난 6일 방송한 장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잘못된 내용을 담은 그래픽이 전파를 타고 있다. [TV아사히 방송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민영 방송(민방)이 뉴스 생방송 도중 “문재인 대통령이 북조선에서 태어났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대형 방송 사고를 냈다.
방송사 측은 해당 프로그램 도중 진행자를 통해 내용을 정정·사과했지만,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민감한 시기여서 ‘의도적 오보’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오전 방송된 일본 민방 TV아사히의 지상파 종합 뉴스 프로그램 ‘와이드! 스크램블’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 도중 진행자들과 패널들은 ‘왜 문 대통령이 북한에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1953년 북한에서 태어났다”며 “6·25전쟁 발발 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보였다. 특히 해당 내용이 진행자나 패널의 말뿐만 아니라 그래픽 자료까지 담겨 방송에 노출돼 문제가 커졌다. 사전에 ‘준비된 오보’일 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패널들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과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일본 내 대표적 혐한론자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도 게스트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다.
‘와이드! 스크램블’ 측은 잘못된 내용이 전파를 탄 이후 진행자를 통해 “문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가족이 북한 출신이고, 문 대통령은 한국(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고 정정한 뒤 사과했다. 하지만 두 나라 간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의혹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현지 방송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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