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갈등 해소…진출 가시화
“해외기업이 장악” 우려 목소리
세계 2위 모빌리티 기업인 중국의 디디추싱이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수년간 개점 휴업 상태이던 우버가 플랫폼 택시 브랜드를 출범 시키는 것을 검토하는 등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활동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로 수년간 막혀있던 모빌리티 시장이 최근 돌파구를 찾고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면서다.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지형 변화가 감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플랫폼 택시인 ‘우버택시’를 최근 3000대 규모로 확대하고 서울개인택시조합과 협업을 통해 올해 말 5000대 규모의 플랫폼 택시 브랜드를 추가로 출범하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패자인 우버는 지난 2013년 카풀 서비스 ‘우버 엑스’로 일찌감치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에서 이른바 ‘우버 금지법’이 등장하는 등 사실상 사업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세계 2위 모빌리티 업체인 디디추싱도 본지의 취재결과 내년 상반기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외에도 동남아의 그램, 미국의 리프트 등 세계 주요 모빌리티 업체들이 최근들어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디디추싱이나 그랩 등 세계 주요 모빌리티기업은 자국에서 이미 성장성 둔화가 이뤄지고 있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랩 등 해외 주요 업체의 한국 진출이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해외 업체들에게 우선순위의 시장이 아니었다. ‘IT강국’, ‘집적화된 도시 구조’ 등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테스트 베드로 최적지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각종 규제와 기존 산업의 반발로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빠르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택시를 활용한다는 조건 하에 뒤늦게 모빌리티 시장 지원책을 적극 펼치고 나서면서다. 거기에 맞춰 업계에서도 택시와 협업 모델을 새롭게 시장에 내놓으면서 막혀있단 시장이 다음 단계로 나가가는 분위기다.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늦었지만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 성장단계에 접어 들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의 특성상 도시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는 데 한국은 작지만 서울은 아시아 도시 중 규모·시장 성장 가능성 등이 큰 시장”이라면서 “해외 업체들과 대화를 해보면 택시와의 갈등은 있었지만 한국 모빌리티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의 진출이 가속화 될 경우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를 보유한 쏘카, SKT가 현재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룡들의 활동이 강화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쉽게 수성하리라는 보장이 업기 때문이다.
특히나 택시업계와의 상생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자본력을 가진 업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느 택시 면허를 구입하거나 택시 회사를 보유한 업체가 모빌리티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임 센터장은 “현재의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자금력을 가진 업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점차적으로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모빌리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용자 편익 및 선택권 측면에서 봤을 때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각종 규제와 택시 이슈에 묶여 있는 동안 해외 사업자들이 탄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도 모빌리티 기업이 앞서 등장했지만 디디추싱의 진출과 함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며 “한국 모빌리티 시장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모빌리티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사업인데 정부에서 자금력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며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성장가능성을 보인 스트타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상우 기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