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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고르는 쿠팡…택배 사업 진출 보류
-쿠팡로지스틱스, 지난달 택배 사업자 반납
-쿠팡 “준비 기간 필요…더 나은 조건 갖춰 재신청할 것”
-향후 택배 사업으로 아마존식 ‘풀필먼트’ 구축할 것으로 보여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쿠팡이 지난해 취득한 택배 사업자 지위를 자진 반납했다. 택배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자사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당분간 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하던 쿠팡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업계는 “쿠팡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이어 택배 시장에 손을 뻗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는 지난달 택배 면허를 반납했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로지스틱스를 설립하고 3자 물류(외부 고객사의 물류를 처리하는 회사) 진출을 위한 사업자 자격을 얻은 바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 3자 물류에 대한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택배 사업자 지위를 반납했지만 앞으로 더 나은 조건을 갖춰 재신청 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그동안 국내 배달·배송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역할’을 해왔다. 2014년 자체 배송인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직접 택배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후에는 생필품 배송, 새벽배송, 음식배달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쿠팡이 지난해 3자 물류 진출을 본격화하자 급기야 업계에선 “쿠팡이 국내 유통과 배송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쿠팡은 당초 계획보다 택배 사업 진출 시기를 늦췄지만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쿠팡이 1조 원대 영업 손실에도 배송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12곳에 불과하던 물류센터를 지난해 24개까지 두 배로 늘렸다. 작년 말 기준 쿠팡의 물류센터 규모는 축구장 167개 크기인 약 122만㎡에 이른다. 배송기사인 ‘쿠팡맨’ 2만4000여명을 고용한데 지출한 인건비도 1조원에 육박한다.

쿠팡이 3자 물류까지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물류 투자를 이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롤모델인 아마존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FBA(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와 유사한 시스템을 국내에도 구축하기 위해서다.

FBA는 아마존이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 보관, 주문 처리, 출하, 결제, 배송, 반품 대응까지 모두 대행해 주는 서비스다. 택배 회사를 거치지 않아 입점 판매자는 운송비를 절감하고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마존의 매출 확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체 물류에 ‘쿠팡식 FBA’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입점 판매자의 이익을 개선하고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풀필먼트 센터는 로켓배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사들인 물건을 물류센터에 쌓아뒀다가 자체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그대로 재고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연구원은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은 2014년 5만8000종에서 지난해 500만 종으로 확대됐지만 재고 부담으로 이를 무한정 늘리기란 쉽지 않다”며 “쿠팡이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경우 추가적인 재고비용을 유발하지 않고도 매출액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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