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투자 계획 확정 못해, 글로벌 경쟁 골든 타임 놓칠라" 우려
-핵심 쟁점 '교차판매'는 '완화'로 가닥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심사가 11월 6일로 확정됐다. 당초 이달 30일에서 일주일가량 또다시 연기된 것이다.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심사까지 줄줄이 공정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늑장 대응으로 유료방송업계 새판 짜기가 사실상 ‘올스톱’ 돼 기업들의 시장 전략 수립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이달 30일로 예정했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합병 심사를 다음달 6일로 연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국회 일정 등으로 공정위 전원회의가 미뤄진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공정위는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심사도 합의를 찾지 못하고 유보한 바 있다. 당초 이달 말 전원회의에서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건과 함께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LG유플러스·CJ헬로의 기업결합건도 다음달로 결론이 미뤄지게 됐다.
SK텔레콤·티브로드 인수 합병 심사는 지난 4월,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심사는 지난 3월에 신청이 접수됐다. 약 7~8개월이 넘도록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외부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사업 계획이나 기업인수나 M&A 이후 미래 투자나 고용 전략을 신속히 확정짓지 못하는 점도 기업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합병을 마무리짓고 내년초부터 5G 콘텐츠 공동 제작, 아날로그방송(8VSB) 채널 수 확대 등의 전략을 세워뒀지만, 하지만 공정위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투자 계획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처지다.
더욱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파죽지세로 공세를 조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대응에 나설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등에서 신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인력투자, 경영계획 등을 짜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며 “시간과의 싸움인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쉽사리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케이블 업계는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CJ헬로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에서 "정부는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노동자와 협력사의 혼란을 막도록 LG유플러스의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라"고 밝혔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소속 케이블 설치·수리 직원 1000여명은 SK텔레콤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티브로드 원청과 하청업체는 2~3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데 합병 심사 결론이 늦어지면 재계약 여부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공정위는 핵심 쟁점이었던 ‘교차판매’를 두 합병 건 모두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교차판매 금지 조항과 관련해 ‘SK텔레콤·티브로드’와 ‘LG유플러스·CJ헬로’ 합병 조건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었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심사보고서에서 CJ헬로 유통망에서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를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3개월 내 보고하는 조건을 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관련 심사보고서에서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상호 교차판매를 3년 가량 제한하는 등 더 강력한 조건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가 교차판매 조건을 '완화'하는 것으로 무게가 옮겨지면서 두 합병건에 동일한 조건이 부가될 것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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