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넷플릭스 등 국내 공습 가속화 '위기감'
단순 MOU 넘어 지분 맞교환…강력 의지 표명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28일 지분 맞교환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카카오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28일 발표된 SK텔레콤과 카카오의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은 한마디로 ‘오월동주(吳越同舟)’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택시 호출, 메신저, 음원, 모바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경전을 펼쳐왔던 경쟁사가 손을 잡은 셈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ICT 공룡의 국내 시장 공습이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국내 사업자끼리의 경쟁은 의미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업무협약(MOU) 수준을 넘어선 이례적인 지분 맞교환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지분 맞교환은 국내 최대 무선통신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통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서비스 이용 및 혜택 등에 카카오 플랫폼을 결합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향후 5G에 맞는 특화 서비스에 대해서도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과 카카오가 보유한 지식 재산권(IP) 및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 ICT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금융 등 영역에서 두 회사의 기술 및 서비스 간 중장기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몇년새 SK텔레콤과 카카오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음원(플로-멜론), 택시 호출(티맵택시-카카오T), 모바일 내비게이션(티맵-카카오내비) 등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의 ‘통신’, ‘메신저’를 넘어 ICT 전방위로 영역을 확산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수년 전부터 전통적인 통신사업자를 넘어선 ‘ICT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비통신 분야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카카오 역시 국민메신저 ‘카카오톡’를 기반으로 한 종합 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동맹’이 결국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예고되는 등 5G 시대에 접어들며 국가, 사업간 경계가 한층 더 허물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개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협력은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두 회사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며 “메신저와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만큼 협력의 수준에 따라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부터 이미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지상파3사와 손잡고 기존 푹(pooq)과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이번 제휴로 SK텔레콤은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는 네트워크라는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우는 등 수직적 결합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지분 맞교환은 단순 MOU가 아닌 M&A의 일종으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결국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업자라도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협력에 대한 결과물이 다른 통신-IT 사업자 간 협력을 촉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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