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예정자 정해놓고 회생절차 밟는 ‘스토킹 호스’ 선호
서울회생법원[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회생법원이 상장폐지 유예 기업들의 재기를 위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안정적인 회생 졸업을 위해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지정한 상태에서 법원에 들어오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거래소 상장폐지 유예 상태에 있는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밟겠다며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제이프리텍(플라스틱제품 제조업), 지투하이소닉(전자부품 제조업), 와이디온라인(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지와이커머스(기타 정보서비스업), 비츠로시스(배전반 및 전기 자동제어반 제조업), 바른전자(트랜지스터 및 유사반도체소자 제조업) 등 7곳이 접수돼 진행중이다. 지난달 7일에는 키위미디어그룹(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업)이 회생절차에 들어와 코스피 상장사도 2곳이 진행중이다.
상장폐지 기업들이 법원에서도 가시권에 들어온 데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개정된 외부감사법은 회계법인 지정감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정감사제에 따라 기업은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기업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이 높아지고 눈치를 덜 보게 된 회계법인들이 감사의견으로 한정의견, 의견거절 등 부정적 평가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한번 비적정 감사 의견이 나왔다고 상장폐지되는 일을 막기 위해 1년간 유예 조치를 취했다. 금융 투자자 소송 전문가인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유예기간을 줘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감사의견 거절 여부는 상장폐지에 직결되는데, 외부감사인이 잘못 판단해서 거절의견을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회사는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금융위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내야 한다.
이때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아 부채 규모를 조정하고, 기업을 계속할 가치가 있다고 증명하면 다음 연도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이 회생법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도 한 몫 한다. 회계법인 감사나 회생절차 모두 기업의 자산규모에 따라 비용이 결정된다. 감사는 기본 금액이 억대부터 시작하지만, 회생법원에서 정한 조사위원 보수는 1500만원(자산 총액 50억원 미만)부터 1억2000만원(2조원 기준)까지로 낮게 형성돼 있다. 최근 회계법인 지정제가 시작되면서 회계사 몸값이 치솟은 걸 고려하면 법원이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셈이다.
하지만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대다수 코스닥 상장사들은 건전하지 못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새 투자자와 기업 인수합병(M&A)이 성사되지 않을 위험이 상존한다. 때문에 M&A의 안정성을 높이고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조건부 인수예정대상자를 먼저 선정해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제이프리텍 등 5곳이 스토킹 호스를 선정해뒀고, 나머지는 공개매각 진행중에 있거나 조율중이다. 스토킹 호스들은 다수의 업자들이 공동으로 창설하는 인수조합인 컨소시엄 형태가 대다수다. 법원은 그동안 이런 스토킹 호스 기법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해왔다. 회사에겐 향후 진행될 공개입찰을 통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또 다른 인수자를 물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투자자 또한 교체되더라도 해약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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