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등 카카오톡으로 제출시켜
경찰 “큰 돈 유혹에 범죄자 돼” 주의당부
SNS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알바를 모집하는 조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캡처.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페이는 1건당 기본 30만원입니다. 많이 벌면 하루에 200, 300백만원도 가능합니다.’
지난 7일 고액알바가 가능하다는 글을 보고 연락을 했더니 실제 담당자에게 받은 답변이다. 세상에 하루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있을까. A 대리라는 사람은 “당일날 현금으로 준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었다. A 대리는 무슨 일이냐고 묻자마자 ‘불법인 건 알고 연락주신 거죠?’ 되물었다. 그만큼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알려진 일이라는 의미였다.
“피싱 수금 알바구요. 고객 위치로 이동한 다음 현금 자산 받아오시고 저희 직원 만나서 본인 페이 빼고 넘겨주시면 됩니다. 페이는 전체 현금의 3%구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직접 받고서 조직원에게 돈을 건네는 일이었다. 페이는 기본 30만원이라고 했다. 건당 피해 금액이 대략 3000만원이라는 뜻이다. 모집책인 이 대리에 따르면 날마다 ‘오더’ 개수는 다르지만 기본 두건은 한다. 하루에 최대 300만원까지도 가져갈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 걸리지 않는 노하우도 갖고 있었다. A 대리는 “잡히는 것은 걱정할 필요 없다. 고객들 폰에 도청과 카메라, 통화기록, 문자기록 확인되는 어플을 깔기 때문에 우리가 확인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알바를 하기 위해서는 등본, 주민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라고 했다. 현장에서 피해자 현금을 갖고 도망가는 ‘먹튀’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SNS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알바를 모집하는 조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캡처. |
SNS로 보이스피싱 인출책 알바를 모집하는 조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캡처. |
위험한 범죄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듯 했다. A 대리는 “직원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라 손에 큰 돈이 들어오니 2~3달 하고 그만둔다”며 “장기로 일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사실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기에 가담하는 이들도 함께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은 SNS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SNS에 고액알바, 전화알바 등을 검색해 나오는 홍보글을 보고 무작위로 연락을 했더니 쉽게 보이스피싱 관리자들과 연결이 됐다. 한 관리책은 “피싱 알바인데 텔레그램으로 문의달라”며 아이디를 넘겼다.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는 “잘 나가면 모집책으로까지 클 수 있고 중국 센터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고 꼬드겼다. 이 관리자 역시 주민등록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했다.
이처럼 온라인상 보이스피싱 알바 모집이 활개치고 있지만 이들을 정식 입건하기란 쉽지 않다. 정황만 있을 뿐 실제 범죄가 일어났다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피싱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행법상 정황상으로 검거하는 것은 불가능해 답답한 상황”이라며 “보이스피싱 조직은 인출책들에게 범죄를 덮어씌우는 식으로 책임을 넘긴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명백한 범죄인 보이스피싱에 가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