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통하려는 게시물이 월평균 5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누적 개인정보 불법거래 게시물은 4만1639건(웹페이지 기준)을 기록해 월평균 5204건에 달했다.
월평균 추이는 2017년 1412건(연간 1만6950건), 지난해 3130건(연간 3만7565건)으로 올해 들어 2년 만에 3.7배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개인정보 불법거래 시도 건수가 6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포털사이트, SNS, 동영상 플랫폼 등에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운전면허번호, 외국인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 건강보험번호 등 8종의 개인정보와 아이디·아이핀 등을 판매·매매하려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 개인정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활발히 거래돼 실제 중국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 G마켓,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등 국내 계정을 판매하는 사례가 탐지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한 조선족 커뮤니티에서 한국인 여권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30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투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 실시될 총선이 개인정보 불법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목적으로 댓글을 달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어 총선 전 불법거래 탐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정보 불법거래가 매년 증가해도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거래 게시물이 올라와도 이를 삭제하는 것은 웹사이트 운영자 권한이기 때문에 운영자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삭제를 거부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시물을 올린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개인정보 불법거래 정보 게시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정보통신망법개정안(변재일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해 7월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나아가 중국 SNS,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한국 개인정보를 거래하려는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해도 텐센트 등 사업자 측에서 이를 거부하고 있어 국제 공조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구글, 트위터 등은 적극 삭제해주는 반면 중국 서비스 사업자들이 협조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