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 제품 박람회 CES가 지난 10일 폐막했다. 200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TV,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냉장고, 웨어러블 등 지금은 너무나 일반적인 전자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CES에서 소개되는 기술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번에는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5G, 로봇 심지어 스마트 시티가 주요 주제가 될 정도로 최신 디지털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참여 기업들도 10여년 전만해도 삼성, LG, 소니,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미국,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390개의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중 대기업 6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소 기업과 스타트업이었다. 이들 기업의 참여 비율이 매년 30~40%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중소 기업들도 기존의 사업 모델과 제품에만 매달리지 말고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이다. 창의적인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CES에 중소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는 이유는 작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작은 시도도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의 거대 자본이 투여되는 디지털 혁신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에어비앤비 모델은 작은 호텔 사업이나 여행업을 하는 중소 기업 사장이, 우버의 모델은 운수업을 하는 작은 기업의 임원이, 마켓컬리도 어쩌면 작은 소규모 식자재 유통 기업 직원에 의해 만들어 질 수도 있었다. 다만 세상의 변화를 먼저 읽지 못했고, 먼저 착안하고 시도하지 못한 것이 차이다.
CES에서 삼성을 비롯한 우리 대기업들이 해마다 혁신상을 휩쓸고 있지만, 중견 기업 코웨이도 5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90년대말 중소기업이었던 웅진 코웨이는 렌털서비스 모델과 구독 모델을 최초로 도입했고, 시대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으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최고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 엔씽의 수직농장 플랜티 큐브도 식물 재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농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사업 모델을 실현한 예이다. 또다른 혁신상을 받은 아이콘에이아이가 인공지능 알렉사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 역시 국내의 수많은 중소 화장품 기업이나 가구 혹은 거울제작 업체도 착안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이지 않았을까.
기술은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어 내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이 고객과 사회에 제공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 제공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디지털 혁신이다.
중소 기업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을 따라하거나 전혀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기존의 사업과 제품·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부터 시작하고,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며 확장 시켜 나가는 디지털 혁신 방식을 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업의 규모와 자본의 크기가 아닌 CEO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상상의 크기로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국 경제의 앞날이 더욱 밝고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