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이 전세난 자극할 우려 나와
청약 대기수요·개발 이주수요에 입주물량도 적어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도 심리적 불안요소
“당장 전세물량 나올 수 있는 대책 필요”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매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최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공급대책이 전세시장의 수급불안 심리를 키워 단기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24%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전세물건이 누적되면서 상승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급격히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가 늘며 거래가 정체된 것이다.
전세물건 누적에도 전월세상한제 등을 고려해 제값을 받겠다는 집주인이 다수지만 일부 지역에선 가격을 낮춘 물건이 나왔다. 전세물건 증가에 일부 가격 조정까지 이뤄지며 일각에선 전세난 해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2·4주택공급대책이 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전세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시장이 동요하는 모양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에 이번에 발표된 도심 공급물량을 노리는 수요가 더해지고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이주수요까지 겹치면 수도권 전역에 걸쳐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공급대책 속에는 전세 물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대책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번 2·4대책에는 이렇다 할 전세 안정화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비주택 리모델링 활성화와 매입임대 확충 정도였다.
주택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실제 공급 시점까지 임대차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수요자를 위한 방안을 적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주요 전세 공급원으로 꼽히는 입주물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는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22만가구 정도로 지난해보다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19일 도입되는 수도권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분양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심리적 불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입주자 모집공고분부터 적용돼 당장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재건축 대상 실거주 요건이 도심 내 전세물량 감소로 이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심리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방위적 실거주 요건 강화가 신규 임대 물량은 감소시키고 임대료는 상승시키는 구조를 형성한다”면서 “임대차시장과 매매 간 상호 연결성이 강해 전세가격은 매매시장 규제에 따른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에 물량이 충분히 공급돼 전세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거래세나 양도세를 인하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경우 전세수요가 매매시장에 흡수되는 동시에 매매·전세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은 단기적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주택자가 실수요자에게 매물을 줄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대출규제를 풀어주면 전세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월세 공급을 전세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소장은 “전세가격은 이미 많이 올랐으나 향후 입주 물량이 적은 데다 청약 대기수요에 정비사업이 탄력받아 이주수요까지 (시장에) 흡수되면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갈 것”이라며 “정부에서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