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깜깜이 만들 것…정부방침과도 어긋나
매도자 우위 시장에선 터무니 없는 호가 부를수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기준일을 현행 계약일 기준에서 등기신청일로 바꾸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공인중개업계에서는 '깜깜이 시장'을 만들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왕이면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를 사라고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만큼 거래량이 많으니까 시세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그때그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반면 나홀로 아파트는 손바뀜이 드문드문 있어 시세 파악이 잘 안 됩니다.”(현직 공인중개사)
20일 국회에 따르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시점을 거래신고가 아닌 ‘등기신청일’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제도는 계약일 기준으로 부동산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돼있는데, 이를 등기신청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통상 계약부터 중도금 이후 잔금을 치르는 시점까지는 2~3개월이 소요된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거래가 이뤄진 때부터 외부에 실거래가가 공표되는 때까지도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당장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가구수가 몇 안되는 나홀로 아파트나 실거주자가 많은 아파트일수록 자산가치 방어가 어렵게 된다”며 “지금도 거래가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드물게 일어나는데 (실거래가 신고가 등기신청일 기준으로 바뀌면) 시장에서 내 집이 현재 어느 정도로 평가받는 지 모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도 “이렇게 시장 상황을 깜깜이로 만드는 것은 매도자 뿐만 아니라 매수자에게도 득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집을 사고자하는 이가 많은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는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와 비교할만한 근거가 없어지게 되고, 다른 매수자들과 경쟁이 붙으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주고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의원이 이같은 개정안을 발의한 까닭은 고의로 고가에 매수 신고한 후 취소하는 투기꾼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 의원은 “부동산을 고의로 고가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취소하는 행위는 공정한 부동산 가격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기준을 등기확정일이 아닌 등기신청일로 해 시장상황을 실시간 반영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개정안은 실거래가 신고 기한을 단축해, 시장 상황을 적시에 알려주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방향이 다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주택매매거래 신고 기한을 계약 체결 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거래가 해제됐을 때도 똑같이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계약일과 신고시점의 차이로 적시에 정확한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강남 반포의 A공인 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불분명한 투기꾼을 거론하는데, 이렇게 큰 금액이 오고가는 아파트로 자전거래 등을 벌이는 사람은 드물다”며 “무리한 입법으로 실거래가 파악만 늦어져 실수요자만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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