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토부 이관 등 모든 가능성 검토 중
지자체·지방 공기업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언급
기능 분리로 투기 근절될 수 있을지 미지수
전문가 “기능 이관보다 내부 통제 장치가 중요”
정부가 신도시 입지조사 업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능을 넘기더라도 또 다른 유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신도시 입지조사 업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떼어내기로 했지만,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능을 이관하더라도 또 다른 유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어느 기관으로 신규택지 조사 기능을 옮기냐 보다 어떻게 개발 정보를 통제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일단 국토부 이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다. 내달 초 LH 조직 개편안 발표 때 신도시 입지 조사 이관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신도시 등 신규택지 개발 정보의 사전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신도시 입지조사 업무를 LH로부터 분리하기로 했다.
택지조사는 신도시 및 공공주택지구 지정 전 단계에서 개발 후보지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신규택지 발굴은 전국 곳곳의 LH 지역본부가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LH 땅 투기 의혹의 상당수가 초기 입지조사 단계에서 개발 정보를 공유하며 벌어졌다.
우선 LH 보다 조직 신뢰성이 높은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에 이관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언급된다. 다만, 각 지역본부를 둔 LH의 조사 업무를 소화하기에는 국토부의 인력에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으로 다시 조사 업무를 위탁하는 식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아예 지자체나 지방 공기업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주택청을 신설해 조사 기능을 옮기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국토부 이관이 언급됐다”면서 “논의 중인 LH 조직 개편안이 확정돼야 신도시 입지 조사 기능 분리안도 담당 기관 등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H의 입지 조사 기능을 국토부나 지자체에 이관하더라도 투기가 근절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어느 기관에서든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민간 사업자와의 또 다른 유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국토부에서 조사업무를 한다고 해도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정보 독점성에 대한 분산 및 사전 신고, 내부 통제 시스템 등 통제장치가 필요해진다”면서 “이런 통제 장치가 없는 상태에선 어느 곳으로 가든 정보 독점성을 활용한 사적 이익 추구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H는 더이상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보고, 조사업무를 분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조사 업무 분리가 투기 근절의 근원적인 방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비교적 내부통제가 수월한 중앙부처로 이관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토부로 가든 지자체로 가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지 못한다”면서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내부 통제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지자체보다는 중앙부처로 이관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LH 조직의 비대화와 기능 독점, 낮은 윤리의식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이번 투기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강력한 혁신 방안을 마련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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